청소년들이 남의 이목을 끌려고 인터넷 공간에서 저지르는 ‘일탈’이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10대들이 남자 꼬마를 걷어차 넘어뜨리는 동영상이 큰 물의를 일으킨 바 있고, 한 중학생은 인터넷 생방송에서 흉기로 자해하는 시늉을 해 충격을 주는 등 사이버 공간에서 나타나는 청소년들의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성향에 대한 우려가 날로 커지고 있다.
29일 경찰과 주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따르면 최근 인터넷에는 유명세를 타려고 계획적으로 남을 괴롭히거나 속이는 내용의 ‘몰래카메라’ 형식의 동영상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사회문제로 비화한 ‘로우킥’ 동영상이다.
이 동영상에서 범행을 저지른 10대들은 아이를 걷어차 넘어뜨리는 장면을 촬영하려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장면을 촬영한 장본인뿐만 아니라 아이를 직접 찬 소년과 옆에 있던 10대 모두 손에 든 휴대전화로 문제의 장면을 촬영하는 장면이 동영상에서 포착되기 때문이다.
인터넷 포털 동영상 코너에는 이들과 같이 장난으로 자신보다 약한 초등학생을 괴롭히거나 놀리는 내용의 ‘초딩낚기’라는 제목으로 올라오는 동영상도 많다.
한 동영상에서는 한 10대가 동네 꼬마들에게 자신의 등을 빌려줘서 뜀뛰기를 시킨다. 아이들은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줄지어 서 순서대로 뜀뛰기를 하는데 마지막 아이가 뜀뛰기를 할 때 이 소년은 갑자기 몸을 웅크리고, 갑자기 손 짚을 데가 없어진 아이는 그대로 앞으로 넘어진다.
다른 동영상에서는 10대 소년이 무거운 여행가방을 끌고 경사로를 오르다 지나가던 아이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러다 가방 안에 숨어있던 다른 소년이 갑자기 가방 밖으로 나와 아이들을 기겁하게 만든다. 컴퓨터 앞에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아이들에게 컴퓨터를 사용하게 해 놓고는 갑자기 화면에 무서운 사진을 띄워 놀라는 아이들의 표정을 촬영한 동영상도 인터넷에서는 오래된 ‘인기 작품’으로 통한다.
이들 동영상의 공통점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조회 수를 높이려고 최대한 자극적인 상황으로 설정돼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의 이같이 비뚤어진 사이버 문화는 인터넷의 매체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청소년들을 선도할 수 있는 인성교육은 마비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 고영삼 센터장은 “남에 대한 배려가 없고 일회적인 현대문화 자체의 영향도 있지만 학교나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진지하게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라고 이야기해 줄 권위가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청소년 교육이 입시 위주로 돼 있고 인성 교육은 소홀하기 때문”이라며 “다른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고 남과 공존하는 법을 가르치는 인성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