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계열 증권사 전산센터가 속속 여의도를 떠난다. 그룹 차원의 통합데이터센터 구축에 따른 것으로 ‘증권사 전산센터는 여의도에 있어야 유리하다’는 통념을 뛰어넘는 것이어서 이전 후 결과가 주목된다.
◇‘탈 여의도’ 러시=계열사별로 분산된 데이터센터를 한 곳에 모으는 그룹데이터센터 구축이 활기를 띠면서 그룹 계열 증권사도 예외없이 이전 대상에 올랐다.
이미 지난 1∼2년 사이 신한금융투자와 하나대투증권이 각각 일산과 분당 소재 그룹데이터센터로 전산실을 옮긴 데 이어 내년에는 우리투자증권, IBK투자증권, 한화증권 등이 그룹센터를 따라 여의도를 떠날 예정이다.
우리투자증권과 IBK투자증권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 각각 서울 상암동 우리은행 데이터센터와 경기도 수지 기업은행 IT센터로 전산센터를 이전한다. 한화증권도 한화그룹이 경기도 용인에 신축중인 그룹데이터센터가 준공되는 내년 11월 이후 전산센터 이전 과정을 밟는다.
◇대세는 통합과 효율화=이들 증권사가 그룹센터로 전산실을 옮기는 것은 통합 센터를 활용한 효율성 향상이 주된 목적이다. 계열사별로 흩어져 있는 데이터센터를 통합하면 기반 시설 공동 활용을 통해 운용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통합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관리인력을 줄일 수 있는 것 역시 이점이다.
더불어 그룹의 비즈니스 전략에 따른 신속한 IT대응체계를 구축하여 그룹 계열사간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효과도 기대된다. IBK시스템 최석훈 실장은 “계열사 전산자원을 모아 효율적인 IT인프라를 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IT는 여의도?=하지만 이러한 흐름과 달리 증권IT 분야에서는 여전히 증권사 전산실은 여의도에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모든 주식매매 프로세스가 집결되는 한국거래소(KRX)가 여의도에 있어 주문처리 속도가 더 빠르다는 이유에서다.
더불어 여의도를 떠날 경우 그만큼 통신망 구축 비용이 늘어난다는 점도 증권사가 ‘탈 여의도’를 선택하는데 걸림돌이 된다. 실제로 삼성증권은 지난해 전산실을 경기도 과천에서 여의도로 옮겼다. 교보증권은 최근 교보생명이 인천 송도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했지만 아직은 이전 방침이 없다.
이는 여의도를 떠나는 증권사 IT부서의 고민이기도 하다. 전산실 이전을 앞둔 한 증권사의 IT부서 관계자는 “그룹센터를 따라 옮기지만 일부 시스템은 여의도에 남기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아직은 어떤 선택이 더 낫다는 정답은 없다. 어느 쪽이 웃을지는 여의도를 떠난 증권 전산센터의 효과가 종합적으로 검토되는 2∼3년 후 판가름날 전망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