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명승 대덕연구개발특구기관장협의회장(msyang1@kaeri.re.kr)
1978년 과학입국 기치 아래 조성된 대덕특구는 지난 30여년간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과학기술원 등이 주축이 돼 과학한국의 ‘신화’를 만들고 있다.
대한민국 1등 브랜드라 할 수 있는 IT와 BT를 비롯한 원자력 기술, 나노과학 등은 지금도 힘차게 달리고 있다. 특구 내 산·학·연·관이 유기적으로 연계돼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역할을 떠맡고 있다.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메카인 동시에 긍지인 대덕특구 중심은 당연히 연구원들이다.
10여년 전 외환위기 당시 정부출연 연구기관 과학기술계 종사자들은 정년을 65세에서 61세로 낮췄다. 당시 정년 단축은 국가 정책보다는 위기 상황으로 인한 사회적 분위기와 과학기술인의 자발적 선택이 컸다. 과학기술인 스스로가 정년 단축을 선택했다면 65세로의 정상 복귀는 이제 정부와 국회 그리고 국민의 몫이다.
이와 관련, 최근 여야 의원 19명이 공동 발의한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은 환영할 만하다. 연구개발의 노하우가 무엇보다 필요한 과학기술 분야에서 61세 정년은 지나치게 짧은 만큼 다시 65세로 환원해야 마땅하다.
과학기술인들의 정년 환원에 대한 일부 우려의 목소리가 있음을 알고 있다. 정년 환원의 도미노 현상에 대한 우려다. 사회적 부담이 크더라도 정년 환원은 범국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시급한 문제임은 분명하다. 지금까지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 연구기관 연구원은 선진국과 비교할 때 예산과 인력에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도 국가 과학기술 개발을 통해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핵심적인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 왔다.
과학기술인 정년 환원을 일반적인 고령화 대책이나 청년실업과 연계해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과학자들의 정년은 타 분야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연구의 특성상 길게는 10년, 20년을 지속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박사급 전문인력의 정년 문제가 고령화나 청년실업과 함께 논의할 성격이 아니다. 숙련된 고급 전문인력의 자리를 청년이 대신하기에는 국가적 손실이 너무 크고 수도 터무니없이 적기 때문이다. 나아가 지식이나 열정에 지혜가 더해질 때 진정한 경쟁력이 창출된다. 숫자상의 나이만으로 과학기술인들의 정년을 논하는 것 자체가 무리인 것이다.
과학기술 분야에서 ‘경쟁’과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조건이다. 경쟁과 협력을 위한 다양하고 풍부한 인적 자원의 확보야말로 과학기술의 핵심인 것이다. 좋은 연구 환경이나 예산 확보 못지않게 우수한 인적자원의 확보와 개발이야말로 과학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근간이다. 과학기술인들이 안정된 분위기에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연구에 몰입할 수 있게 하고, 연구현장의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우수 인적 자원을 지속적·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과학기술인들의 사기진작을 통해 우수 인재들의 과학기술계 진출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인 정년 환원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대한민국은 앞으로 100년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뤄내기 위한 결단의 기로에 직면해 있다. 성장이라는 목표 하나면 모든 것이 이해됐던 20세기의 고도성장기와 달리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녹색기술을 통한 ‘지속 가능한 성장’이며, 그 중심은 과학기술이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능케 하는 과학경쟁력과 기술경쟁력이 살아있는 한국에는 분명 희망이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