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당초 예정보다 수개월을 미뤄 장고 끝에 공개한 ‘와이브로 활성화 3대 정책 방향과 8대 과제’는 ‘사업자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은 피하되, 신규사업자 진인 여건 조성 등 와이브로 활성화를 위한 최소한의 기반은 마련하겠다’는 매우 소극적인 대책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방통위가 내 놓을 수 있는 최선책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방통위는 △경쟁활성화 여건조성 △실효성있는 전국망 구축 △와이브로 사업성 제고 라는 3대 정책방향과 세부 추진과제를 발표하고, 이에 대한 후속조치도 취할 방침이다.
◇사업 부진 원인에 대한 방통위 분석=2008년말 와이브로 가입자는 17만명, 매출액은 205억원으로 사업허가 당시 전망에 비해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가입자는 사업허가 당시 KISDI 전망치의 3.5%, 매출액은 1.4%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지난 30일 전체회의를 열어, 2008년 이행점검 결과, KT·SKT 모두 허가조건을 미이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2005년 허가당시 와이브로는 이동전화의 보완재로써 대용량 무선데이터처리에 활용될 것을 전제로 사업자를 선정하고, 음성서비스(m-VoIP)를 배제, 와이브로 활성화에는 태생적 한계가 존재했다는 분석이다.
◇와이브로 정책 불확실성 제거 총력=방통위가 발표한 3대 방향과 세부 과제는 와이브로 정책에 대한 불신을 제거하자는 것이 기본 목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보유하고 있는 와이브로 기술경쟁력 및 제조업체의 산업화 능력을 바탕으로 △신규사업자 진입 여건 조성 및 MVNO 도입 등 경쟁활성화 여건 조성 △사업자 단독 및 공동으로 전국 망 구축 △무선인터넷 활성화 와 공공수요 발굴 등을 통한 사업성 제고에 나선다.
이와함께 기존사업자에 대한 전국망 구축 의무도 밀어 부친다는 계획이다. 기존사업자 단독 또는 사업자간 공동의 망을 구축하도록 해 전국 주요 84개시에 효과적인 망 구축을 추진한다. 사업계획서상 KT는 2008년까지 전국 84개시의 77.7%를, SKT는 2009년까지 84개시의 66.9%를 커버하도록 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정부의 와이브로 정책 의지에 대한 의문 제기=전문가들은 제재가 ‘시정명령’에 그친 것과 관련, 정부의 와이브로 활성화 의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면죄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방통위는 시정명령에도 불구하고 다시 미흡할 경우 강력히 제재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번에 못한 제재를 나중에는 할수 있을 지 의문이 남는다.
방통위 고위관계자는 “현 시기는 와이브로를 다시금 활성화하기 위한 마지막 기회인 만큼 허가취소 등 강력한 조치보다는 시정명령으로 길을 열어 놓는 것이 필요한 것 아니냐”며 “2년 후에는 사실상 와이브로의 성공·실패가 판가름나기 때문에 CEO 퇴진이 동반되는 허가 취소도 가능해 사업자들이 투자 등을 이행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