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광고 시장 변혁 시작됐다

방송법 시행과 맞물려 가상광고와 간접광고의 등장으로 국내 방송광고 시장에도 새로운 변화가 시작됐다. 연내 마무리해야 하는 민영 미디어렙 도입방안과 함께 방송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이달 중순부터 스포츠 중계 화면에 가상의 이미지를 삽입하는 가상광고, 드라마 출연자의 소품, 의상 등을 통한 간접광고 등 새로운 유형의 광고가 등장하게 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런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하고 가상광고 및 간접광고 시행기준을 정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스포츠 중계 도중에 운동장이나 펜스 등의 빈 공간에 컴퓨터 그래픽(CG)으로 광고를 합성해 내보내는 형태의 가상광고는 방송프로그램 시간의 5% 이내에서 전체 화면 크기의 4분의 1을 넘지 않도록 했다. 그러나 경기장 광고판을 대체해 가상광고를 송출하는 경우는 시간제한을 받지 않도록 했다. 이를테면 박지성 선수가 출전하는 프리미어리그 축구장에 노키아 광고가 있는 펜스가 있다면 한국에서 방송되는 경기 화면에선 삼성전자 가상광고를 삽입해 무제한으로 방송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물론 경기 주관단체와 해당 광고주, 중계권 보유자 등과 사전 협상을 거쳐야 한다. 가상광고는 또 방송광고가 금지됐거나 허용시간 제한을 받는 상품은 노출이 금지되고, 방송 전에 가상광고가 포함된 사실을 자막으로 고지해야 한다. 우리나라와 경제규모가 비슷한 호주의 경우 이 같은 가상광고 시장이 300억원 정도에 달하는 것에 비춰 새로운 방송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드라마 등에서 소품으로 기업의 제품이나 로고 등을 노출시키는 간접광고 시장규모는 이보다 훨씬 많은 1천6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방통위는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그간 PPL이라고 불렸던 간접광고를 프로그램 시간의 5% 이내, 화면 크기의 4분의 1 이하에서 어린이 프로그램과 보도, 시사 프로그램을 제외한 오락 및 교양 프로그램에서 허용키로 했다.

그동안 협찬고지 규제를 받아온 간접광고는 해당 상품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나 구매, 이용 권유하는 대사가 나오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유롭게 실시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이 역시 방송 전에 간접광고가 포함됐음을 자막으로 고지해야 한다.

이와 관련, 간접광고와 가상광고는 방송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도입되는 새로운 유형의 광고로 시장 규모를 늘려줄 수도 있지만 자칫 지상파 방송의 독과점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현수 단국대 교수는 3일 “간접광고와 가상광고는 광고 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하지만 모든 미디어에 동시에 허가할 경우 미디어 독점이 심화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자 방통위 부위원장도 회의에서 “지금도 드라마를 보면 간접광고로 도배돼 있고 대부분이 외국산 명품 PPL”이라며 “아무런 규제가 없을 때 국산 제품, 중소기업 제품들이 간접광고에 들어갈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상·간접광고의 등장과 함께 방통위는 내년부터 방송광고 판매시장에 경쟁체제가 도입될 예정임에 따라 민영 미디어렙 도입안에 대한 정부 방침을 서둘러 확정 짓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