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의 회생 신호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IT기기의 판매 호조와 함께 연말 휴가 시즌, 윈도7 출시 등의 효과가 맞물려 업계가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최근 전 세계 반도체 산업의 연평균 성장률이 올해 회복세로 돌아서 2010년 10.3% 성장한 후 향후 몇년간 두자리수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피터 미들레톤 가트너 수석연구원은 “D램 시장의 경우 올 이익률이 내년에는 24.9%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면서 “공급과잉 시점이 예상되는 2013년까지 10% 정도의 성장률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이치뱅크 역시 “최근 윈도7을 통한 PC 교체 수요, 휴가시즌 IT기기 판매 증가, 휴대폰과 PC 판매 호조 등이 반도체 업계의 희소식”이라며 “이런 환경들은 특히 인텔, 엔비디아, AMD 등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넷북 판매가 폭증하고 에너지 절감형 제품에 대한 다양한 인센티브 프로그램으로 자동차나 가정용 기기 등에 폭넓게 반도체가 적용되는 등 성장을 이어갈 호재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전망은 실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인텔, 엘피다, 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들이 3분기 기대를 뛰어넘는 실적을 일궈냈다. 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전세계 반도체 매출이 619억달러(약 73조1500억원)로 전 분기 대비 19.7% 상승했다. 전년 동기에 비해서는 줄었지만 7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는 점에서 희망적인 신호로 풀이되고 있다.
SIA 대변인은 “PC와 휴대폰 판매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것도 좋은 신호”라며 “IT기기 판매가 모든 영역에서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도체 경기 회복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단기간 PC 메이커들이 재고를 조정하면서 나타나는 신기루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질적인 업계 경기 회복은 2013년까지도 풀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모건 스탠리가 최근 미국 반도체주에 대한 투자의견을 ‘신중(cautious)’으로 하향조정한 것도 이에 따른 것이다.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