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의 액티브X 탈출 움직임은 당장 행정안전부가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국내 인터넷 사용자들의 99%가 MS의 웹브라우저인 인터넷익스플로러(IE)를 사용하는 상황에서 ‘찻잔속 태풍’이 될 수 있다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금융권과 주요 인터넷 기업들이 IE에 최적화된 웹사이트를 개발하면서 인터넷 뱅킹·쇼핑·게임 등을 이용할 때 IE 이외의 웹브라우저를 사용하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정부, 웹표준 준수 강력 드라이브=행안부는 전자정부 웹 표준 강화 종합대책을 중심으로 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IE)에 종속된 국내 인터넷 환경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1년까지 150개 중요 정부 사이트의 웹 표준을 개선하며 1500명의 전문인력 양성에도 나섰다.
행안부는 지난 8월 전자정부 웹 호환성 지침을 마련 ‘행정기관의 장은 대민 웹사이트를 신규 구축하고자 하는 경우, 기술적 제약이 없는 한 최소 3종 이상의 브라우저에서 동등하게 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한다’고 고시했다. IE 사용자 감소를 유도해 액티브 X 활용도를 낮추려는 포석이다.
액티브 X 대체 기술을 활용한 SW 개발 기술도 진보하고 있다. 신민필 행안부 사무관은 “액티브 X를 자사 솔루션 배포 도구로 광범위하게 쓰는 정보보호업계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며 “개인용 방화벽 등 일부 제품을 제외하고 공인인증서, 키보드 보안 솔루션 등은 당장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민·업계 인식 개선이 관건=하지만 국가적인 웹 표준 준수 움직임이 현실화되려면 국민과 금융권 등 업계의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해외에서는 IT업체들을 중심으로 ‘IE6 퇴출 운동’이 확산되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인 스탯카운터의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시장에서는 IE의 점유율이 점점 낮아지고 파이어폭스의 점유율이 30%가 넘어섰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새로운 버전 발표로 잠시 늘었던 파이어폭스 점유율이 오히려 1% 미만으로 다시 낮아지고 있다.
국내 인터넷 사용자들이 IE에 너무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권은 인터넷뱅킹 사이트를 하나같이 액티브X로 제작해 IE가 아니면 구동되지 않는 상황이다. 국내에서 제작 중인 인터넷 쇼핑몰·온라인게임도 마찬가지다. 운용체계(OS)인 윈도와 쉽게 연동돼 개발이 쉽고, 국내 인터넷 사용자의 99%가 IE를 사용해 호환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액티브X를 배제한 솔루션이 잇따라 출시되더라도 공공기관 이외에 이들 기업시장에서 얼마나 채택될 지 미지수라는 지적도 높다.
김기창 고려대 교수가 이와 관련해 ‘모든 운용체계(OS) 및 웹 브라우저에서 공인인증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금융결제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은 이를 받아 들이지 않았다.
국민과 기업이 보안의 중요성을 깨닫고 관행을 바꾸지 않는 이상 액티브X 중심의 우리 인터넷 환경은 크게 변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