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논란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 가운데 정부가 4일 총리 산하에 민관합동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위원회를 통해 국민의견을 수렴하고 효율적 정책 대안을 내년 1월 말까지 마련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국민이 기대했던 세종시 정책 수정안에 대한 방향을 언급하지 않았다. 여론을 들어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정부가 정책 방향을 제시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위원회 구성을 보면 방향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다. 위원회에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지식경제부 장관 등이 포함됐다. 교육, 과학기술, 민간투자 전문가들도 참여할 예정이다. 행정복합도시가 아닌 과학교육산업도시 형태로 수정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정 총리가 “지금 구체적이고 확정적인 대안이 없다”고 밝혔지만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게 됐다. 고작 두어 달의 활동으로 위원회가 모두가 납득할 대안을 마련할지도 미지수다. 정부가 들뜬 여론을 가라앉힐 시간을 벌기 위해 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 아닌지 하는 의구심을 살 만하다. 같은 당 의원끼리 치고받을 정도인 세종시 갈등은 따라서 미래진행형이다. 우리는 이러한 갈등이 산적한 국정 처리는 물론이고 이제 막 살아나는 경제의 발목을 잡지나 않을지 우려한다.
우리는 또 교육과학부가 추진해온 과학비즈니스벨트 정책이 표류하지 않을지 걱정한다. 세종시를 사실상 과학교육산업도시로 만들게 되면 과학비즈니스벨트 정책은 어떤 형태로든 수정이 불가피하다. 오랫동안 추진해왔던 정책이 갑자기 불거진 논란으로 흔들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세종시를 과학교육산업도시로 가는 게 옳으냐, 그르냐는 것과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이는 정부 정책의 신뢰성, 지속성과 관련한 문제다. 청와대와 정부가 정국을 뒤흔들 만큼 모험을 건 이상 이러한 문제의 대안까지 마련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