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폐된 방 안에 향수병을 열어 두면 향기 분자가 공기 중으로 흩어져 우리의 코가 그것을 감각하게 된다. 향수의 양이 점점 줄어들어 어느덧 바닥을 드러냈다고 해보자. 밀폐된 방 안에 꽉 차 있는 향기 분자가 다시 응집돼 향수병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우리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향수병에 향수가 다시 모이려면 인력이건 동력이건 어떤 식으로든 다시 에너지가 투입돼야 한다. 이것이 열역학 제2 법칙, 즉 ‘엔트로피의 법칙’이다.
정보의 사용과 활용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 주위에는 신문, 인터넷, 책 등 수많은 정보가 산재해 있다. 끊임없이 정보가 흘러나오고, 퍼져나가고 있다. 하지만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신문과 책을 읽고, 인터넷 서핑을 하지 않는다면 가치 있는 정보, 알짜 정보를 알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즉 흩어져 있는 여러 정보 가운데 유용한 자료를 취하고, 쓸모 없는 자료를 버리기 위해서는 별도의 에너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보의 옥석을 가리기 위한 노력과 과정은 소홀히 한 채 자신이 필요로 하는 유용한 정보만을 손쉽게 얻기를 바란다.
요즘처럼 누가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고,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고 있는 시대에서, 정보의 발굴과 활용에 민첩하게 대처해 나갈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에너지와 시간을 투자해 정보의 진위를 헤아리고 값을 매기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매일 아침 자신의 관심사가 있는 신문 지면을 꾸준히 읽고, 인터넷 키워드 검색을 통한 정보 업데이트 현황을 파악하는 것도 하나의 투자와 노력이 될 것이다.
둘째, 눈앞에 펼쳐진 여러 정보를 하나로 묶어 종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다루어야 할 정보의 양이 많아지면 여기에 휘둘려서 허둥지둥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복잡하다고 기죽지 말아라. 정보의 갈래를 나누고 종류별로 구분하면 무질서 속에서 질서가 드러나며 쉽게 필요한 정보를 가려낼 수 있다.
셋째, 수많은 정보 가운데 가치를 판단하려면 객관적인 분석과 명석한 판단이 필요하다. 많은 정보가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정보가 혼란스러워 갈피를 못 잡겠다고 투덜댈 필요 없다. 정보를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겠다고 지레 겁먹을 필요도 없다. 언제나 문제는 정보를 대하는 나에게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변례창신(變例創新)이라는 사자성어처럼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모든 새 것은 옛 것의 변용일 뿐이다. 결국 정보의 사용과 활용도 기존에 있던 것을 참고해 새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불필요한 것은 걷어내고, 안 맞는 것은 버리고, 없는 것은 보태고, 부족한 것은 채워야 한다. 그것은 펼쳐진 정보를 바라보기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주어진 정보를 나만의 색깔로 나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분석력과 판단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비결은 꾸준한 노력이 있을 때 가능하다.
사실상 우리가 주위에서 접하는 정보의 복잡성을 완전하게 분석하고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무질서할 정도로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는 더 많은 정보를 모은다거나 더 정확히 계측을 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정보를 얻는다는 것은 끊임없이 새롭게 지식을 받아들여야 하는 노력이 있어야 하며, 이를 잘 엮어가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경수 롯데정보통신 대표이사 oks6012@lott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