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바지 지퍼가 열렸고, 여자의 스타킹 올이 나갔다. 알릴까 말까, 굳이 내가 안 해도 언젠가 알겠지, 언제 어떻게 말해야 서로 덜 민망할지 고민하다 시험에 든다. 나중에는 그런 실수를 한 상대에게 짜증이 나고 그것을 발견한 내가 한심하다.
부정적 메시지를 전할 때는 누구나 껄끄럽다. 특히 조직에서 나쁜 소식을 전해야 한다면 치과에 가는 것만큼이나 미루고 싶다. 충고를 할 때 증상은 세 가지다. ‘너무 신경쓰지 마, 어떻게든 되겠지’라며 상대가 상처받을까봐 초점을 흐리는 사람, ‘좀 잘하자, 똑바로 해’라며 뭉뚱그려 넘어가는 사람, ‘나이는 어디로 먹었냐? 학벌은 장식이냐?’며 비평을 빙자한 비난을 하는 사람이다.
다 바람직하지 않다. 이해한 줄 알았는데 못 알아들었고 풀릴 줄 알았는데 뒤집힌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밥이 되는 것처럼, 다 되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다. 충고는 섬세한 악기를 다루듯 조심스러워야 하고 연습이 필요하다. 섣불리 하는 것보다 차라리 아무 말 안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경계심을 풀어주되 목적을 명확하게 전달해야 하며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주의를 주어야 한다. 격한 감정으로 ‘당신은 일을 왜 이렇게 해?’라고 소리치지 말고 ‘내가 이 행동으로 많이 화가 났다’고 잔잔하게 말하자.
충고를 받을 때는 동의하지 않더라도 웬만하면 반성할 거리를 최대한 찾자. 반박하기 전에 일단 긍정하고 핑계대기 이전에 우선 감사해야 한다. 충고한 사람의 시각을 존중하고, 충고하느라 내준 시간에 감사하자. 운전할 때 다른 차가 경적을 울리면 짜증부터 내지 말고 주위부터 둘러보아야 한다. 내 차에 펑크났다고 알려주는 일도 있고, 앞에 큰 장애물이 있다고 주의를 주는 때도 있다. 여기서 우회전하라고 알려주는 경우도 있고, 오랜만에 만난 지인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