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총성 없는 자원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일본·EU 등 주요 선진국이 자원 확보를 국가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 모든 역량을 쏟고 있다. 자원이 있는 곳곳에서 국가 간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중국은 2조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에 힘입어 전 세계의 자원을 독식하는 형국이다. 심지어 북한의 지하자원 개발권마저 싹쓸이할 태세다. 2005년에 중국 지린성은 50년간의 무산철광 개발권을 따내는가 하면 오광그룹이 용등탄광 채굴권을 확보했다. 중국의 한 국영기업이 북한과 50 대 50의 조건으로 혜산동광 운영권을 확보했다. 2007년에도 몰리브덴 광산인 평남 ‘룡흥광산’에 대광합영회사를, 지난해에는 황해 ‘옹진 철강 광산’ 개발을 위한 서해합영회사를 설립했다. 광물 수출을 위한 단천항 현대화 사업에도 중국이 적극 참여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5년간 20여 곳에 이르는 북한 광산에 투자 개발 및 채굴권 계약을 맺었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북한의 지하자원이 중국에 넘어가는 것을 두고만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부존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는 필요한 광물 수요의 9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먼 곳에서 자원을 찾지 말고 가까운 북한에 눈을 돌려야 한다.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특사 조문단으로 왔을 때 “북한에 자원이 많은데 중국이 다 사 간다. 남북이 직접 광물자원을 거래하면 얼마나 좋겠느냐”며 자원교역 확대 의지까지 피력하기도 했다.
북한에는 국토의 약 80%에 총 300여 종의 광물자원이 분포돼 있고, 당장 상업화가 가능한 유용광물만 140여 종에 이른다. 그 잠재가치만 하더라도 약 6조달러로 남한의 40배에 달한다. 마그네사이트, 중석, 몰리브덴, 흑연, 금 등의 광물은 세계적인 매장량을 자랑한다. 마그네사이트의 매장량은 100억톤 규모로 세계 1위다. 채굴 가능한 우라늄만도 400만톤에 달한다. 지금부터라도 지하자원의 공동개발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과 장단기 로드맵을 마련해 북한에 제안하고 실행해 나가야 한다. 인프라가 열악해 경제성이 떨어지고 성과가 만족스럽지 못할 수도 있지만 자원의 미래가치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
북한과의 자원협력을 위해서 기존 남북 간 지하자원 개발 경험을 토대로 북한 현지 실정에 맞는 새로운 방식을 찾아야 한다. 북한이 가동하고 있는 광산을 중심으로 소규모 투자에서 시작해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전략적·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지하자원 기술협력과 남한의 채굴장비 제공 및 광물자원 교환 등의 사업을 거쳐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 나가야 한다. 지하자원의 조사·채굴·수출 등 관련 분야 인재를 양성하는 자원개발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일정한 성과물이 나오면 전력, 수송 등 인프라가 구축된 지하자원 특구개발도 바람직하다.
기업들의 투자를 유인하기 위해선 정치적 리스크를 줄일 뿐 아니라 각종 법·제도를 정비하고 효율적인 지원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정부와 민간 합동으로 북한자원개발펀드 조성도 시급하다. 대규모 개발사업권은 국제컨소시엄을 거친 개발 및 재원 조달도 고려해볼 만하다.
북한 지하자원 개발의 성공적 추진을 위한 남북 당국 및 기업이 공동 참여하는 가칭 ‘민족자원협력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남북 자원개발 협력은 비핵화를 뛰어넘는 민족적 차원에서 전향적으로 접근해 나가야 한다. 당장의 성패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지혜와 인내를 갖는 게 중요하다.
조봉현 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chobh21@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