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관리하는 방송발전기금의 상당 부분이 외산 애니메이션의 수입, 방영에 지원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이 지상파TV 등에서 외면받으며 어려움을 겪는 사이 정부의 공적 기금이 외산 애니메이션 수입을 사실상 도와준다는 논란이 일었다.
5일 김영재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교육방송공사(EBS)에 유아·어린이 교육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지원된 방송발전기금 78억원 중 13억원이 외산 애니메이션의 구입에 사용됐다.
국산 애니메이션 지원에는 18억원이 쓰였다. 비애니메이션 지원에 47억원이 쓰였다. 애니메이션 지원액 중 42%가 외산 지원에 쓰인 셈이다.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원한 국산 애니메이션 제작 지원비는 26억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돈이 해외 애니메이션 수입에 들어갔다. 특히 올해 방송발전기금 지원을 받은 ‘스톰호크’ 등 일부 외산 애니메이션은 교육적 효과도 크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영재 교수는 “국산 창작 애니메이션은 지상파 방송으로부터 편성에서 역차별을 당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낮은 시청률로 TV 방영료 삭감과 TV 노출 기회부족으로 심각한 어려움에 처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공적자금인 방송발전기금이 오히려 해외 애니메이션의 국내 TV 방영을 지원하는 사실은 방송의 공익성 실현 및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시정돼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방통위가 기금 운용을 기관에 일임하고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에 곽태규 EBS 예산팀 과장은 “방송발전기금이라고 해서 반드시 국산 프로그램만 지원하라는 규정은 없다”면서 “방송발전기금을 신청할 때 어떤 명목으로 쓰겠다는 내용을 보고하고, 기금을 받은 뒤에도 월별로 어떻게 사용했다고 보고하는 등 기금 사용규정에 따라 신청하고 사용한다”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