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배출전망치 대비 30%, 절대량 기준으로 4% 감축안을 유력안으로 추진할 전망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5일 청와대에서 열린 녹색성장위원회 회의에서 “목표를 약간은 이상적인 것으로 두는 게 좋다”고 말해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재앙 방지를 위해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것은 지구촌 가족의 일원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가뭄과 해수면 상승 등 온난화 피해를 가장 많이 보는 아프리카 국가들은 선진국이 추진하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지나치게 낮다며 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에 앞선 바로셀로나 온실가스 감축 전문가회의를 보이콧할 정도다.
국제적인 감축 압박이 거센 상황이지만 정부가 세운 목표치가 너무 높다. 2020년까지 일본의 감축 목표(절대량 기준)는 2005년 대비 30%,미국은 20%, 영국은 22% 등이다. 유럽연합(EU) 전체로도 13% 수준이다. 우리나라보다 감축 목표치가 모두 높지만 선진국의 온실가스 배출량 절대량이 많은 점을 감안해야 한다. 온난화 피해국가들이 지목하는 나라는 중국, 미국과 같이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나라지 우리나라가 아니다.
환경 무역 장벽을 넘기 위해 감축 목표를 넉넉히 잡을 필요는 있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높게 잡을 이유는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는 IT가 매우 앞서 기술 개발로 얼마든지 대응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맞지만 다 맞는 말은 아니다. 감축 목표가 높으면 이를 실행하기 위해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투자 여력이 있는 일부 대기업도 골치 아파하는 상황에서 절대 다수인 중소 기업에는 큰 짐이 된다.
우리는 “국제 사회에서 한국이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개도국의 선도자 역할을 해달라는 주문이 많다”는 청와대발 발언을 주목한다. 녹색성장은 이명박 대통령을 국제적으로 알리는 상징이다. 감축 목표를 높게 잡는 것이 대통령의 국제 브랜드를 높이려는 게 아닌가 하는 세간의 추측이 맞지 않기를 바란다.
지나친 감축 목표에 정부 내에도 이견이 노출됐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정부 안에서 논의되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너무 급하게 간다고 비판했다. 최 장관의 발언이야말로 우리 경제와 산업의 현실을 정확히 진단했다고 본다.
정부에 감축하는 시늉만 하라는 게 아니다. 우리 현실에 맞는 정확한 목표와 일정을 잡고 제대로 감축을 해 우리도 국제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 다만, 이 감축이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정부가 모르는 것 같아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