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ATM시대 개막 `청신호`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핵심부품을 탑재한 국산 현금입출금기(ATM)가 첫 시험대에서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금융권이 실시한 초기 테스트에서 기존 일본산 부품을 장착한 제품에 비해 성능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국산 ATM’ 시대 개막에 청신호가 켜졌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경남은행, 농협중앙회 등이 국내 금융자동화기기 업계가 독자 개발한 국산 ATM을 대상으로 내부 및 영업지점 테스트에 착수했다. 앞서 노틸러스효성과 LG엔시스는 전량 일본에 의존하던 ATM 핵심부품인 ‘환류식 지폐입출금모듈(BRM)’ 국산화에 성공한 바 있다.

 경남은행은 지난달부터 은행권 최초로 국산 ATM에 대한 영업점 필드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경남은행은 실제 고객이 사용하는 은행 365코너에 노틸러스효성이 개발한 ATM을 설치해 테스트를 실시했다. 한 달 가까이 진행된 필드테스트에서 국산 ATM은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유찬헌 IT지원부 차장은 “일부로 많은 고객이 찾는 지점에서 테스트를 진행했지만 기존 제품에 비해 성능상 문제가 없었다”며 “이미 ‘테스트’의 의미는 넘어선 상황”이라고 전했다.

 농협중앙회도 지난달 말부터 LG엔시스 제품으로 내부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농협은 이달 중순 독자 신용카드 출범을 위한 IT시스템 준비를 마무리하는 대로 실제 영업지점에서 필드테스트를 전개할 계획이다. 이어 농협은 이달 말부터는 노틸러스효성 제품으로도 테스트에 나설 방침이다.

 이밖에 다른 은행도 테스트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져 연내에 대부분의 시중 은행이 국산 ATM 검토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각 행의 ATM 수요량이 제각각이고, 가격 변수도 있는 만큼 실제 기기 도입이 언제 이뤄질지는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국산 제품이라는 의미는 중요하지만 실제 고객을 상대하는 은행의 입장은 또 다르다”며 “제품 성능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기존 제품과의 가격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후에 국산ATM 도입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