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인터넷 이용자를 위한 ‘권리장전’을 만든다. 저작권 침해사범에 대한 사법 당국의 무차별적 단속으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는 게 골자다.
EU 의회와 역내 국가들은 인터넷과 휴대폰 등 통신서비스 이용자의 권리를 증진시키기 위한 새로운 규정에 합의했다고 로이터, AFP 등 외신이 일제히 보도했다.
새 규정은 인터넷 규제 원칙, 사생활 보호 장치, 소비자 권리, 인터넷 및 전화 서비스 경쟁 강화 등의 내용을 담았다. 먼저 인터넷서비스나 애플리케이션의 제한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할 때에만 적절하고 균형 있게 이뤄져야 한다는 강한 권고를 담았다. 이용 제한은 ‘무죄추정의 원칙’과 ‘사생활 보호’를 최우선으로 삼아 공정하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유럽 정보통신 업계를 감독하는 내용의 다양한 개혁 방안도 담았다. 업체들의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고 평균 일주일 걸리는 서비스 업체 변경을 하루 안에 가능하도록 했다. 사업자를 바꿔도 이전 번호를 그대로 쓰는 ‘번호 이동’을 할 권리도 명시했다. 농촌 지역에도 빠른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할 예정이다.
규정은 유럽의회와 EU 국가들의 최종 승인을 앞뒀으며 이달 마무리될 전망이다. 이르면 내년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비비안 레딩 EU 통신미디어 집행위원은 “협상안 타결로 유럽 국가들이 불법 다운로더의 단속과 인터넷 이용자의 광범위한 권리의 조화를 이룰 수 있게 됐다”며 “소비자의 권리와 선택권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 규정은 최근 유럽 여러 나라에서 진행 중인 인터넷 서비스 차단 정책에 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영국 정부의 불법 다운로더 인터넷 접속 차단 방침에도 변화가 예상됐다.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