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국민들의 e메일, 휴대폰, 인터넷 이용 등 통신생활을 광범위하게 감시하려던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영국 내무부가 국민 감시 계획을 위한 입법이 다음주 여왕의 연설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고 내년 총선 이전에 추진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가디언이 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영국 내무부는 그동안 테러 모의 등의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통신업체들이 휴대폰 음성이나 문자, 이메일 및 인터넷 통신 내용을 의무적으로 데이터베이스(DB)화하도록하는 계획을 추진해왔다. 이 계획에는 20억파운드(약 3조8821억원)가 투입된다.
하지만 최근 자문 결과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는데다 비용도 많이 들고 사생활 보호에도 역행한다는 지적을 받아 계획을 잠정 연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내무부 자문에 대해 221명의 응답자 중 90명(40.7%)이 이 계획에 반대했다. 또 절반 이상이 사생활 보호와 남용 가능성에 관해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또 기술적 어려움이 있는 데다가 천문학적인 비용도 예상됐다.
그동안 인권단체와 통신업체들도 강력히 반발해왔다. 인권단체들은 국민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할 수 있기 때문에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 등장하는 ‘빅브라더’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계획 철회를 촉구해왔다. 또 BT, 오렌지, T모바일, 보다폰 등 통신업체들은 기술적으로 시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내무부는 이런 반대에도 불구하고 계획을 지속적으로 추진해갈 것이라고 단언했다. 내무부 데이비드 한슨 차관은 “통신 데이터는 범죄에 대응하고 국민들을 안전하게 지키는데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업체들과 함께 데이터 남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