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 신종플루와 IT](https://img.etnews.com/photonews/0911/200911100171_10023701_1807401200_l.jpg)
지난 3일, 신종플루 재난단계가 최고 수준으로 격상됐다. 신종플루는 심각한 국가재해다. 전염병으로 인한 것이니 항바이러스제 확보, 예방접종과 격리, 위생관리 등 즉각적인 대응뿐만 아니라 출퇴근 대중교통 이용, 공공장소 모임 등 일상생활 속에서 질병 노출에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만약 감염자나 감염징후가 있는 직원들이 결근해 그에 따른 노동력 상실과 신종플루 전이가 심화되면 GDP가 최대 5.6%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최근 융합 개념이 널리 퍼지면서 자연재해 역시 각종 센서를 이용해 이를 극복하려는 시도가 늘어나 국가 차원에서 비IT 산업과 접목시켜 여러 가지 난제를 해결해 가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1980∼2005년 사이 세계적으로 7000건 이상의 자연재해로 200만명 이상의 인명손실과 약 1조2000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 자연재해의 90%, 인명재해의 72%, 경제적 손실의 75%가 가뭄, 홍수, 태풍과 같은 기상과 관련됐다고 하니 이에 대비하는 국가의 대책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우리 정부도 IT 기반의 재난 대응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소방방재청에서는 녹색방재체계시스템을 도입해 기후변화에 따른 조기경보능력을 강화하고, 기상청과 협력해 초단기 강우 예측자료를 전송받아 돌발홍수를 미리 알 수 있는 시스템이 내년까지 완료될 예정이라고 한다. 또 IT 복합센서 기반의 모니터링 시스템을 이용해 4대 강, 하천 종합관리시스템이 구축되면 유량측정망, 하천시설물과 연계해 홍수와 가뭄 관리, 수질사고에 대응할 수 있다는 희소식이다. 하지만 신종플루까지는 IT의 해법이 아직 제시되지 못하는 것 같다. 신종플루에도 IT가 기여할 여지는 많다. 집회·업무의 문제를 풀기 위한 원격근무, 영상회의 등이 대안이라고 판단된다. 한국은 이미 세계 최고의 정보기술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만 이를 활용한 원격근무 도입률은 0.7%에 불과해 너무 적다.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는 1990년 초부터 원격영상, 원격재판 등을 시범사업으로 추진했다. 그런데 부끄럽게도 제대로 성공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직접대면을 선호하는 의식, 법·제도적 장벽, 고가의 장비 등 환경적 제약으로 확산이 어려웠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요즘같이 공공장소를 기피하는 시점에 이런 좋은 솔루션이 제시됐다면 얼마나 좋을까. 출근하지 않고도 업무를 보고, 집 근처 이동사무실에서 원격으로 회의를 하고, 자료도 전송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불행 중 다행이라고나 할까. 최근 이 위협은 어떻게 보면 위기지만 재난을 기회로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한다. 국민들은 지하철·버스 승차, 예비군 훈련, 학교수업 등에 많은 위험을 느끼고 있다. 이번 기회를 잘 살피고 그간의 실패 원인을 제대로 분석, 적용해 IT를 국가 재난대책에 적극 활용하는 방안이 나왔으면 한다. 신종플루가 전 세계에 확산되는 시점에 우리나라가 IT를 적용한 최적의 대안을 내놓는다면 IT강국으로서 위상을 새롭게 할 수 있으며, 세계적 이슈가 될 것임은 물론이고 경제·사회적 손실까지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IT는 단순한 정보전달의 의미를 뛰어넘어 사회·경제·환경·공공 부문 등에 폭넓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시 한번 IT의 사회적 기능을 되새겨보며, IT에 몸담고 있는 우리는 이 무한한 가능성을 깨워야 한다.
신상철 RFID·USN센터장/ssc@ruc.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