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T, 금융위기에도 `무한질주`

3분기 美·日 기업 고전속 국내 빅5는 실적 개선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한·미·일 IT 빅5 3분기 실적 비교

 미국발 금융 위기가 한국 IT에는 되레 ‘약’이 됐다. 미국과 일본 두 IT강국 업체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동안 한국 IT기업만 크게 개선된 실적에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전문가들은 2000년대 중반 글로벌 IT경기 침체 속에 우리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신시장 개척 및 신상품 개발에 주력한 결과라는 분석을 내놨다. IT강국 코리아가 나아갈 방향이기도 하다.

 10일 전자신문이 대신증권와 함께 3분기(한국 회계연도 기준) 한·미·일 시가총액 상위 5개 IT업체의 매출액·영업이익·순이익을 금융위기 직전인 작년 동기와 비교한 결과, 우리 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순이익은 43.1%에서 2163%까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반면에 미국 기업은 영업이익만 소폭(6.9%) 개선됐을 뿐 매출액(-4.9%)과 순이익(-7.9%)은 감소했으며, 일본 기업은 3개 항목 모두(-25.8∼-12.1%) 악화했다.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한국 IT기업만이 제대로 재미를 본 셈이다.

 작년 3분기와 비교해 우리 5개 기업의 올 3분기 매출액은 107억달러가 늘었다. 5개 기업 모두 매출액이 증가한 가운데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각각 57억달러와 22억달러 증가했다. 반면에 미국과 일본 5개 기업 매출액은 각각 30억달러와 48억달러 감소했다. 미·일 10개 IT기업 가운데 매출액이 증가한 곳은 애플과 구글 그리고 야후재팬 3개사뿐이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역시 한국과 미국, 일본이 확연한 대조다. 우리나라 5개 기업 모두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증가한 가운데 합계를 기준으로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26억달러와 44억달러가 늘었다. 미국 5개 기업 영업이익이 9억달러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8억9000만달러 감소했다. 일본기업은 캐논과 닌텐도의 부진으로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7억9000만달러와 2억5000만달러가 줄었다.

 우리나라 5개 기업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만 해도 미국기업의 10분의 1, 일본기업의 2분의 1 수준이었으나 1년 만에 미국의 3분의 1 수준으로 상승했으며 일본기업에 비해 오히려 2배가량 많았다. 드라마틱한 추격과 역전을 이뤘다.

 박강호 대신증권 테크팀장은 “최근 2∼3년 IT경기가 안 좋은 상태에서 외국업체들이 투자를 하지 않는 동안 우리 기업은 계속 투자해 왔다. 이로써 우리 기업은 DDR3(반도체), LED TV, 풀터치폰 등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고 실적 상승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과거에 우리 기업이 시장의 변화를 좇아갔다면 이번에는 우리가 시장을 만들고 외국 기업들이 뒤따라왔다”며 “선점효과로 인해 우리 기업의 실적 우위 추세는 다소 둔화할지라도 내년에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