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아이폰 도입과 무선인터넷 시장 활성화

[ET단상] 아이폰 도입과 무선인터넷 시장 활성화

애플 아이폰이 조만간 우리나라에 들어온다. 애플과 지루한 협상을 벌여 2개 이동통신업체가 대략 6000억∼8000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각 사가 적게는 75만대에서 많게는 100만대씩, 대당 4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할 때를 예측해서 나온 금액이다. 지금까지 국내 스마트폰 보급 대수가 50만대 규모라고 봤을 때 적지 않은 물량이다. 두 회사의 구매보장 물량인 200만대가 시장에 풀린다면 국내 스마트폰의 70% 이상이 아이폰이 될 것이다.

 아이폰에 대한 이 같은 보조금 지급은 현재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보조금 축소와 전체 가입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요금인하 정책과는 완전 배치된다. 오히려 국내산 단말기에 대한 보조금 역차별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결과는 가입자를 선점하기 위한 이동통신업체의 과당경쟁에서 비롯됐다.

 무선인터넷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아이폰이 국내 무선인터넷과 관련된 생태계에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아이폰은 단말기에 탑재되는 모든 솔루션을 애플이 직접 관장하는 폐쇄적인 사업구조다. 그래서 우리나라 단말 솔루션업체들의 진입은 거의 불가능하다. 또 최근 아이폰에 구글보이스 애플리케이션 제공과 관련해 갈등을 보이고 있는 것을 볼 때 자사의 이해관계와 상충될 때는 언제든지 거부할 수 있다.

 애플은 단말기 시장뿐 아니라 앱스토어라는 콘텐츠 유통망을 가지고 있다. 국내에 새로 나온 모바일 게임을 모두 합쳐도 연간 300여종밖에 안되는데, 앱스토어는 1주일에 300종에 이른다.

 실제로 각 언론에서 발표한 이동통신단말기 제조업체 수익률을 보면, 삼성전자와 노키아는 각각 10%와 11% 수준이다. 하지만 애플의 수익률은 40%를 넘고 있다. 결국 애플은 이통사 보조금에 힘입은 단말기 판매수익과 앱스토어 콘텐츠 유통 수익의 30%를 챙기면서 많은 수익을 남기고 있는 셈이다.

 국내에도 안드로이드·심비안·리눅스(LiMO)·윈도모바일, 애플의 OSX와 같은 다양한 단말플랫폼 기반의 세력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멀티플랫폼 시대에 과거 WIPI와 같은 표준화된 단일플랫폼 전략의 실현 가능성은 낮아졌다. 대신 무선인터넷 콘텐츠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표준화된 통합개발 환경’을 정부주도로 제공해 콘텐츠 및 애플리케이션 업계가 개발한 콘텐츠가 다양한 스마트폰에서도 돌아갈 수 있도록(원소스 멀티유스)해야 한다. 또 앱스토어를 향한 소비자와 개발자의 발길을 국내 오픈마켓으로 돌리기 위해 국내 제조사와 이통사들이 단일마켓을 만들어 규모의 경제를 제공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정부는 현재 이동통신업체와 단말기 제조업체별로 독자적으로 구축하고 있는 오픈마켓의 통합을 검토해야 한다.

 국내 무선인터넷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세계 수준의 단말기 제조회사와 우수한 서비스 제공 경험이 있는 이동통신사들이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여기에 구글에 대응해 우리나라 시장을 지켜 온 포털사업자들이 공동으로 협력할 때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무선인터넷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해외시장 진출을 포함한 무선인터넷의 활성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여겨진다.

 글로벌 시대에 경쟁력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공동으로 만들어 가지 못하면 결국 무선인터넷시장의 활성화와 세계시장 진출은 요원한 희망사항일 뿐이다. 방통위는 아이폰 도입에 앞서 국내 무선인터넷 시장의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책적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김종식 한국무선인터넷솔루션협회장 kmichael@innoac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