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이 뭔가?”라는 부장의 질문에 ‘15페이지 보고서를 어떻게 한마디로 말해?’ 생각하며 황당해 한다. 보고서를 뒤적이며 “뭔 말인가? 뭘 어떻게 하자는 건가?”라고 심드렁해 하는 부장에게 ‘밤새 작성했는데 대충 넘기네. 자세히 보면 다 나오거든요’라고 반박하고 싶다. “내가 시킨 건 이게 아니잖아”라고 언성을 높이는 부장에게 “제 말씀은 그게 아니고요”라고 땀을 흘리며 통역한다.
보고서가 설명 없이 제대로 해석되지 못할 때 보고서의 기능은 상실한 것이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말이 글이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프레젠테이션이 보고서다. 내가 생각한 것과 내가 쓴 것이 다르다면 그것은 제대로 한 것이 아니고 내가 생각한 것을 상대가 다르게 이해한다면 그것은 올바로 한 것이 아니다.
‘개미’를 쓴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 내가 말하고 있다고 믿는 것, 내가 말하는 것, 당신이 듣고 싶어하는 것, 당신이 듣고 있다고 믿는 것, 당신이 듣는 것, 이런 가능성들로 인해 우리는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겪는다”고 했다.
비즈니스 문서는 관심을 끌어야 하고 핵심이 명확해야 한다. 비즈니스 문서는 메신저 없이 메시지로만 승부해야 한다. 말처럼 번복할 수 없고 말처럼 감정을 실을 수 없다. 업무를 잘했다고 비즈니스 문서를 잘 쓰는 것은 아니고, 자세하고 상세히 썼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다.
비즈니스 문서는 주어진 과제, 지시된 내용, 할당된 프로젝트에 대한 대답을 제시해야 한다. 보기 좋게, 한눈에 쉽게, 계속 보고 싶게 말이다. 그 목적에 충실해야 하는데 혼자 독백하듯 이러저러한 자료들을 나열하고 오려 붙인다. 나중에는 모아놓은 자료가 아까워서 자료에 따라 결론이 바뀌는 불상사를 치르게 된다.
이제 수준 낮은 초안으로라도 먼저 기틀을 잡자. 그리고 핵심이 뭔지, 관심을 끌 수 있을지 점검하자. 비즈니스 문서를 못 쓰면 퇴근을 늦게 하고 승진을 늦게 하다가, 종국에는 퇴직만 일찍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