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와 애플은 서로 다른 소비자에게 어필하죠. 그런데 왜 두 회사를 경쟁관계로 몰아가나요.”
사토루 이와타 닌텐도 사장은 ‘아이폰’과 ‘맥(Mac) 노트북PC’를 들고다니는 자칭 ‘애플 팬’이다. 그러나 최근 ‘마음이 불편’하다.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팟 터치’가 닌텐도 고유 영역인 휴대형 비디오 게임시장을 넘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이폰’과 ‘아이팟터치’가 닌텐도를 위협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1일(현지시각) 전했다.
아직 애플이 닌텐도 텃밭을 뚜렷하게 헤집지 않았지만, 미래는 다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0년간 닌텐도가 ‘게임 보이’ 등으로 누려온 세계 휴대형 게임기 시장의 독점적 지배력을 ‘아이폰’과 같은 똑똑한 휴대폰(스마트폰)에 얼마간 내줘야 한다는 것.
특히 닌텐도가 휴대폰 게임의 공세와 관련 산업 침체에 대응할 만한 면역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인 데다 대표 제품인 ‘위(Wii)’와 ‘DS’ 판매까지 주춤거려 시장 질서가 변할 개연성이 크다는 게 월스트리트저널의 분석이다.
실제로 ‘DS’ 단말 세계 판매량은 지난 9월말 기준으로 6개월간 15% 줄어 1170만대에 그쳤다. 닌텐도의 올해 ‘DS’ 단말 판매목표인 3000만대를 실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닌텐도는 이를 위해 지난 2004년 출시한 ‘DS’보다 훨씬 얇고 창(화면)이 큰 제품을 이달 중에 내놓을 계획이다. 우선 일본에서 222달러에 출시한 뒤 내년부터 세계 판매를 시작하기로 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DFC인텔리전스는 닌텐도 ‘DS’나 소니 ‘PSP’와 같은 휴대형 게임기 시장이 정점에 이르렀고, 애플 제품들이 향후 5년간 관련 시장을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애플 ‘아이폰’과 ‘아이팟 터치’의 게임 수입이 지난해 4600만달러에 불과했으나 오는 2014년 28억달러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타 닌텐도 사장은 이러한 흐름에도 불구하고 “휴대폰이 제 아무리 똑똑해진다고 해도 ‘포켓몬’이나 ‘마리오’ 처럼 시장에서 배타적 지위를 누리는 게임들과 겨룰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타 사장은 또 “소비자가 매달 통신요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사업모델이 나올 때까지 닌텐도 제품에 전화 기능을 추가하지 않겠다”고 비꼬았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