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의 하이닉스반도체 인수가 결국 불발로 끝났다. 지난 9월 22일 하이닉스주식관리협의회 주관기관인 외환은행에 단독으로 인수의향서를 접수하며 의욕을 보였던 효성이 대통령의 사돈기업이라는 여론의 특혜 시비와 비자금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두 손을 든 것이다.
사실 효성의 하이닉스 인수 무산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자산 규모 8조4240억원의 재계 30위권 기업이 자산 규모가 두 배(16조3400억)에 이르는 기업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것 자체가 무리였다. 여기에 인수제안서 접수 시한을 수차례 연기하며 시간을 끌자 금융권은 효성의 인수 가능성에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시장의 반응도 냉담했다. 하이닉스 인수 시도 소식에 효성의 주가는 오히려 곤두박질했다. 가격 협상이나 인수자금 조달 등 산적한 과제를 풀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또다시 공은 채권단으로 넘어갔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오는 16일 채권은행들과의 협의를 거쳐 재무·경영능력을 보유한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재매각 공고를 하는 등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을 재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매각이 당분간 쉽게 재개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우조선해양, 대우인터내셔널과 같은 매물에 우선 순위에서 밀린다. 채권단은 하이닉스 인수에 나선 기업이 효성 한 곳뿐이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인수 의향 기업들이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인수 경쟁이 붙을 정도로 인수 조건을 대폭 완화할 필요가 있다.
상황이 아주 절망적이지는 않다. 하이닉스는 반도체 치킨게임을 이겨낸 전 세계 메모리 2위 기업이다. 업황 개선으로 내년에도 실적개선이 이뤄질 전망이다. 효성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겠지만 경제 흐름은 순리로 돌아가는게 맞다. 다만, 이번 효성의 인수 불발이 반도체 산업 특성상 시기 적절한 생산설비 투자가 이어져야 하는 하이닉스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