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 지연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면서 실리콘밸리 고용에도 빨간불이 지속되고 있다.
실리콘밸리 주요 기업들은 최근 최대 20%에 이르는 대규모 감원 계획을 밝히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인건비 통제에 나서고 있다고 15일 머큐리뉴스가 전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가 최근 총직원의 10∼12%에 이르는 1300∼1500명을 해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게임업체 일렉트로닉아츠는 전체 직원의 17%(1500명)에 이르는 대규모 해고 계획을 밝혔고 어도비시스템스 역시 직원의 9% 정도인 680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도 지난달 직원 3000명을 줄이겠다고 공개한 바 있다.
잇달아 감원 조치가 취해지면서 지난 8월 실리콘밸리의 실업율은 12.1%까지 치솟았다. 9월에도 11.8%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경기회복 신호도 감지되고 있지만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여전히 비용 절감에 ‘올인’하고 있는 분위기다. 비콘 이코노믹스의 경제학자인 존 하버먼은 “경기 침체의 골이 아직 깊다.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려면 아직도 2∼4년이 더 필요하다”며 “기업들은 좀더 확실한 경기 회복 신호를 목격할 때까지 소비를 제한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다수 경제학자들 역시 L자형 장기침체로 인한 고용악화를 전망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52명의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말 평균 실업률은 10.3%, 2010년에도 9.5% 수준에 머물러 있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지난달 실업률이 10%를 돌파했는데 이는 지난 1983년 이후 26년만의 일로 심각한 고용 악화를 의미한다.
미국의 2010회계연도가 막대한 적자로 출발한 것도 경기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UCLA 앤드슨 스쿨의 수석 경제학자 제리 닉켈스버그는 “경기 후퇴의 후유증으로 대량 해고 사태는 내년 이후까지도 길게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