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길수의 IT인사이드>(1)증강현실(AR)이 뜬다

전세계적으로 아이폰, 안드로이드폰 등 스마트폰의 보급이 확산되면서 AR(증강현실:Augmented Reality)브라우저 등 AR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그동안 대학이나 연구소 등을 중심으로 증강현실에 관한 연구가 활발했으나, 최근들어 스마트폰,게임기,온라인 쇼핑몰 등 다양한 분야에서 AR애플리케이션의 개발 및 보급이 활발해지면서 멀게만 느껴지던 `증강현실`이 어느 새 우리 옆에 성큼 다가선 것이다.

증강현실은 가상현실과는 구별되는 개념이다. 가상현실이 사이버 공간에 현실세계와 유사한 형태의 가상 물체나 행위를 구현하는 것이라면 증강현실은 오히려 반대다. 실제 세계(리얼 월드)에 가상의 캐릭터나 인터넷 공간의 각종 정보들을 부가적으로 제공, 실제 세계를 확장하는 개념이 바로 `증강현실`이다.

이미 애플의 앱스토어나 안드로이드 오픈마켓에선 `레이아‘,`위키튜드’ 등 다양한 AR 애플리케이션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조만간 국내에도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이 본격 출시되면 AR브라우저 등 각종 AR 애플리케이션들이 일반인들의 사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휴대폰에 구현된 증강현실>

스마트폰에 AR열풍이 불어닥친 것은 네덜란드의 한 IT기업이 `레이아(Layar)‘라는 이름의 AR브라우저를 내놓으면서부터다. 이 업체는 GPS, 고해상도 카메라, 나침반 등을 장착한 스마트폰(안드로이드폰,아이폰)에 AR브라우저를 탑재, 휴대폰상에서 증강현실을 구현했다. 이동 중에 휴대폰에 장착된 카메라를 이용해 특정 장소를 비추면 해당 지역에 위치한 쇼핑몰,음식점, 미술관 등 정보가 현장 영상과 함께 표출된다. 휴대폰에 장착된 나침반을 통해 내비게이션의 도움없이도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이 회사는 이달 중에 3차원(3D) 개념을 적용한 AR브라우저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이 브라우저가 출시되면 휴대폰 카메라에 비춰진 실제 공간 영상에 3차원의 가상 항공기를 만들어 날려본다든지 `팩맨`(80년 일본 게임업체인 남코가 만든 인기 캐릭터 게임) 캐릭터를 3차원 형태로 만들어 놓고 실제 공간에서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위키튜드‘라는 제품도 오픈마켓에서 인기있는 AR애플리케이션 중 하나다. 이 애플리케이션은 안드로이드폰에서 구현된 일종의 AR 여행 안내서다. `위키튜드’는 특정 지역에 여행을 가 휴대폰 카메라로 현장을 비추면 휴대폰에 위키피디아의 지역 및 관광 정보가 표출된다. 가령 경주 석굴암에 가서 휴대폰 카메라를 비추면 위키피디아에 있는 석굴암 정보가 바로 올라오는 식이다. 이런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앞으로 굳이 여행 가이드북을 갖고 다닐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금융권에서도 재미 있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금융그룹인 ING는 T-모바일의 안드로이드폰용 AR애플리케이션을 선보이고 있는데, 특정 장소를 카메라로 비추면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현금자동지급기(ATM)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휴대폰에 있는 GPS와 나침반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근처의 ATM을 찾아갈 수 있도록 안내한다.

미국 기업인 어스마인(earthmine)은 ‘와일드 스타일 시티‘라는 AR애플리케이션을 선보였다. 와일드 스타일 시티는 샌프란시스코의 구석구석을 3D맵으로 기록하고 있다. 구글의 스트리트뷰 보다 훨씬 정밀하고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고 한다. 스테레오 포토그래픽 기술(특정 건물이나 장소를 다른 방향에서 두 컷을 찍어 동시에 표출함으로서 3D 효과를 구현하는 기술)을 활용해 샌프란시스코 주요 건물의 공간 정보를 3D(고도,위도,경도) 맵으로 기록, 다양한 매쉬업(Mesh-up)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현재는 아티스트들을 동원해 예술성이 높은 낙서를 디자인해 건물이나 주요 장소의 담벼락에 태그 형식으로 붙여 놓았다. 실제로 건물에 낙서하는 것이 아니라 휴대폰 카메라에 노출된 영상 위에 하는 것. 사용자들이 실제 거리를 이동하면서 휴대폰상에 설치된 솔루션을 활용해 낙서 태그를 붙일 수도 있다.



<유통분야도 AR의 주요 응응 분야>

Zugara라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에이전시는 AR기술을 이용해 온라인 쇼핑을 구현했다. 고객이 집에서 온라인 사이트에 접속한 후 웹캠을 활성화하면 매장에 진열되어 있는 옷 가운데 마음에 드는 색상과 디자인의 옷을 선택한 후 (가상으로) 입어볼 수 있다. 실제로 구입하고 싶은 옷을 입어본 후 페이스북에 연결된 자신들의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어울리는지 안어울리는지 의견을 물어볼 수도 있다.

이 회사는 온라인 쇼핑몰의 방문자 중 약 3.57%만이 구매를 한다는 사실을 근거로 어떻게 하면 온라인 쇼핑몰에서의 방문자의 구매율을 높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다 AR기술을 온라인 쇼핑에 적용했다고 한다.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도 AR을 활용해 온라인 판매에 활용하고 있다. 신문이나 전단지 등 인쇄물에 3D를 인식할수 있는 AR마커를 삽입, 웹캠을 통해 이를 인식하면 컴퓨터상에서 노트북 등 제품의 구매정보를 3D 영상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

<다른 분야의 AR적용 사례>

세계적인 패션 잡지인 에스콰이어는 잡지에 AR마커를 삽입해 판매하고 있다. 잡지의 주요 기사에 AR마커를 삽입,구독자가 AR마커를 웹캠에 비추면 잡지에 나와 있는 특정 인물의 동영상 화면을 PC상에서 볼수 있다. 웹사이트(http://www.esquire.com/ar)에서 AR전용 브라우저를 다운로드 받아 잡지의 AR마커에 비추면 특집 제작된 영상을 볼 수 있다.

뮤직비디오에도 AR기술이 도입됐다. 대중가수인 존 마이어는 최근 자신의 싱글앨범인 ‘하트브레이크 어페어’에 AR기술을 채택, 보급에 나섰다. 일종의 그림문자(glyph)인 AR마커를 웹캠에 비추면 PC 화면에 동영상이 구현된다. 애니메이션 형식으로 사전 제작된 공연 장면을 가상의 거실에서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AR기술 적용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분야중 하나가 바로 게임이다. 소니는 가상 펫(애완동물) 게임인 ‘아이펫’에 AR 기술을 활용했다. 소니의 아이펫은 PS3용 AR 게임으로, 가상 펫이 실제 거주 공간에서 사람과 같이 살면서 공놀이도 하고 장난을 칠 수도 있다. 소니는 아이펫을 조만간 국내에 출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닌텐도 휴대용 게임기용으로 개발된 유령 소프트웨어도 실제 공간에 가상의 유령이 나와 게임을 하는 방식이다.

이밖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AR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AR기술이 발달할수록 실제공간과 가상공간의 구별이 점차 모호해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세상이 과연 좋은 것인지,그리고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는 세상인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증강현실이 시대적인 큰 흐름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전자신문인터넷 장길수 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