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윤정의 성공파도] (207)남자 `Re-­SET`-­좋은 아빠 되기

[지윤정의 성공파도] (207)남자 `Re-­SET`-­좋은 아빠 되기

 ‘나를 따르라’는 말이 더 이상 안 먹힌다. 아빠가 깜짝 선물로 준비한 가족 여행이 아이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숙제 같다. “미리 말하지 않았으면서 왜 아빠 맘대로야? 친구랑 약속 있는데요, 누나 안 가면 나도 안 가요. 가서 언제 올거야?”라며 꼬치꼬치 따지고 요것조것 트집이다. 아빠는 “관둬, 관둬. 그 대신 용돈 없어”라고 협박한다. 아이들은 여행과 용돈이 무슨 관계가 있는지 의아해하고 엄마는 중재하고 설득하느라 바쁘다. 아버지가 호루라기를 불면 아이들이 운동화끈을 고쳐맸던 예전과 비교하면 화날 만도 하다. 엄마에게는 반말을 해도 아버지에게는 존댓말을 했던 예전과 비교하면 화날 만도 하다.

 하지만 바뀐 걸 어떡하랴. 옳다 그르다를 논하기 이전에 행복하려면 맞추어야 한다. 30년 전만 해도 부모와 자식이 따로 떨어져 산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는데 앞으로 30년 후엔 부모와 자식이 같이 산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는 세상이 올지 모른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나와 다른 남을 포용하는 것이고 우리 세대와 다른 요즘 세대를 용인하는 것이다.

 꼭 권위를 뺏긴 것이 아니라 마음을 나눈 것이라고 생각하자. 엄마에게만 드러내던 진심을 이제 아빠에게도 내비치는 것이다. 가수 전인권은 “같은 공간에서 두개의 언어를 배웠다. 하나는 아버지를 대할 때 사용하는 존댓말이었고, 다른 하나는 어머니를 대할 때 쓰는 반말이었다. 하나는 공식적 언어였고 하나는 비공식적인 말이었다. 하나가 문자라면 하나는 입말이었다. (중략) 어머니의 공간에선 내 마음의 진실에 더욱 가깝고 내 느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었지만 아버지가 나타나면 일순간 거둬 들여야 했다”고 회고한다. 말을 안 했다고 해서 해소된 게 아니라 말을 안 한 만큼 거리감만 커지고 반항심만 깊어질지 모른다.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한 첫걸음은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이해해 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