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 시절 당시 또래 아이들에 비해 특별한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장래의 꿈을 발표하는 시간이었다. 현모양처나 교사가 되겠다는 친구들과 다르게 회사를 경영하고 싶다, 그것도 아주 큰 회사로 만들겠다고 했었다. 그날 이후 졸업할 때까지 이름보다 ‘재벌’이라는 별명으로 자주 불리게 됐다.
꿈을 실현하지는 못했지만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아무 준비도 없는 상태에서 그냥 쉬기에는 이른 나이에 현직에서 물러나게 되는 현실에 무척 당황하게 된다.
과거에는 나이 들어 일을 한다는 것이 단순히 생활방편인 때가 허다했다.
하지만 갈수록 기대 수명이 늘어나고 나이가 들어도 건강을 유지하는 이가 늘면서 일로써 삶의 질을 높이려는 욕구도 함께 높아졌다. 이에 50세 이후의 삶, 다시 말해 제2의 인생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의 문제도 고려해야 되는 때가 됐다. 실제로 시니어 즉 ‘50 플러스 세대’는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46.6%를 차지하면서 경제성장을 견인해 온 핵심세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 또는 고용 없는 성장의 추세로 인해 생각보다 이르게 일선에서 물러나야 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재취업을 하려 해도 청년실업문제에 맞물려 이 또한 여의치 않다.
800만명 이상이 50 플러스 세대로 진입하는 베이비 붐 전후 세대의 은퇴시기가 도래했다. 만일 이들의 오랜 경험과 숙련된 기술이 그대로 사장된다면 산업현장은 기술공백과 함께 인력부족 현상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이들 50 플러스 세대를 경제활동의 주체로 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관련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50 플러스 세대에 적절한 업종을 개발, 현직에 있는 동안 축적한 기술, 경험, 인적네트워크를 보다 생산적인 활동에 쏟아 부을 기회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정책화하는 것은 정부와 우리 사회의 몫이지만, 한번쯤은 꿈꾸었을 CEO 위치를 현실로 만드는 것은 50 플러스 세대 바로 시니어 자신의 몫이다.
박인숙 중소기업청 동반성장과장(pinsook@smb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