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리포트] 브라질 월드컵·올림픽 前 총성…괜찮을까

 남미 최초로 2016년 올림픽을, 2년 앞선 2014년에는 월드컵을 치르기로 한 브라질에 악재가 낀 것일까. 브라질 제2 도시인 리우데자네이루 사태가 심상치 않다. 지난 10월 17일 파벨라 지역 마약 조직 간 알력에서 시작해 경찰과 마약조직 간 싸움으로 발전한 도심 총격전은 경찰 헬기가 추락하는 등 흡사 전쟁 같았다. 그 며칠 사이에 42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다쳤다. 브라질이 과연 월드컵과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을까.

 ◇파벨라 지역이 아킬레스건=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 연방정부, 리우데자네이루 주 정부 모두 올림픽과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실바 대통령과 카브랄 리우데자네이루 주지사는 “이번 기회에 범죄조직을 소탕하겠다”고 천명했다. 성과도 있다. 경찰특수부대 ‘포피(BOPE)’ 400명을 동원해 리우데자네이루 범죄조직의 텃밭인 파벨라 지역 1300곳 가운데 ‘타바라시 파벨라’를 비롯한 4곳에 치안을 확보했다.

 그러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범죄조직을 완전히 소탕하겠다는 것은 실바 정부의 꿈에 불과해 보인다. 리우데자네이루의 판자촌, 파벨라는 도대체 어떤 곳인가.

 세계 3대 미항의 하나로 일컬어지는 리우데자네이루는 한때 브라질의 수도였다. 주변 인구를 포함해 800만명이 활동하는 대도시이자 브라질에서 판자촌 수가 513개(2000년)로 상파울루(612개) 다음으로 많은 곳이다. 상파울루 인구가 주변을 포함해 2500만명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리우데자네이루의 판자촌 수는 다른 도시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파벨라 각각은 형태와 규모가 다르고, 2016년까지 인구가 5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도 있다. 그 안에서는 공권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경찰은 물론이고 소방수도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대규모 군대라면 모르겠지만, 소규모 경찰이라면 들어가는 대로 희생될 것이 뻔하다고 한다. 파벨라 주민들, 우체부, 여호와의 증인들이나 안전하게(?) 드나들 수 있을 뿐이다.

 파벨라 내의 범죄 조직들은 파벨라의 실질적인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범죄조직이 자기 영역별로 파벨라를 관할·통치하며, 마약·매춘·무기밀매 등에 손을 대고 있다. 그 안에서는 대통령이나 주지사, 경찰총장이라도 권위가 없는 것이다.

 지난달 총격전도 범죄조직 이권 다툼에 경찰이 개입하면서 일어났다. 대개는 중화기로 무장했고, 인공위성으로도 구별할 수 없을 미로 같은 샛길을 이용해 은신처와 공격 거점을 적절히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경찰이 섣불리 파벨라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자살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파벨라를 점령하기 위해 밀어붙인다면, 내전에 버금갈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파벨라는 100년 이상 묵었다. 그 세월 동안 어떤 정부도 파벨라를 없애지 못했다. 따라서 파벨라 안 범죄 조직을 소탕하겠다는 실바 대통령의 생각은 현지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감정에 치우친 발언이라고 하겠다.

 ◇안전한 월드컵·올림픽은 어떻게=그렇다면 과연 안전한 월드컵·올림픽이 가능할까. 지난 2007년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정상회담과 남미국가공동체 정상회담 등이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렸을 때 파벨라에서 총격전은 물론이고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도 많이 보고되지 않았다. 대규모 군·경이 치안을 담당했기 때문이다.

 군·경은 국제적인 행사가 벌어지는 동안 파벨라를 자극하지 않고, 파벨라 경계 안에서 치안을 담당했다. 파벨라의 범죄조직도 자신들을 자극하지 않는 군·경을 상대로 굳이 위험을 무릅쓰려고 하지 않았다. 따라서 주 정부의 의지에 따라 군·경이 치안을 담당한다면, 올림픽 안전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카브랄 리우데자네이루 주지사는 일간 신문 에스타덩 회견에서 “올림픽과 관련한 우려의 목소리에 그다지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관계자들과 함께 올림픽 안전과 예비 안내(오리엔테이션)를 고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리우데자네이루의 파벨라는 도시를 더욱 리우데자네이루답게 만들 수도 있다. 나라님도 가난은 구제하지 못한다고 했는데, 브라질 정부가 수백만명에 달하는 파벨라 주민을 모두 구제할 수 있을 정도로 부유하지는 않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놓아두자는 얘기다. 파벨라를 없애지 못하고, 그 안의 범죄조직을 소탕해서 안전한 올림픽을 치를 환경을 만들 수 없다면, 살살 달래서라도 행사 중에 문제가 없게 해야 할 것이다.

 리우데자네이루시 올림픽위원회는 2016년 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4970만달러(약 575억5200억원)를 썼다. 지난 10월 2일 덴마크 코펜하겐 IOC 총회에서 마드리드, 시카고, 도쿄와 경쟁하기 위해 적지 않은 비용을 치른 것이다. 경제 강국들을 따돌릴 만큼 올림픽을 개최하려는 열망도 강했다.

 브라질 정부는 2016년 올림픽과 2014년 월드컵 준비 작업에 754억달러(약 87조3000억원)를 쏟아부을 계획이다. 두 행사에 쓸 여러 설비(인프라)를 구축하는 데에만 172억달러(약 19조9000억원)를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장을 짓는 데 69억달러(약 7조9900억원), 교통을 정비하는 데 63억달러(약 7조2900억원), 보안·통신 체계를 구축하는 데 15억달러(약 1조7300억원)를 들여야 하는 등 경제·사회 전반의 변화를 꾀할 예정이다. 보안 체계 구축사업 일환으로 치안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곁들일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브라질은 이미 포기할 수 없는 꿈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 열정에 힘입어 월드컵과 올림픽을 무사히 치를 가능성이 조금씩 높아진다.

포스 두 이구아수(브라질)=박소현 세계와 브라질 블로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