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접 기술의 발전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큰 전쟁을 치를 때마다 용접 기술은 획기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19세기 초 등장한 전기 용접은 20세기 들어 본격적으로 산업화됐다. 전기 용접은 작업이 신속하고 간편하면서도 제품의 강도를 유지할 수 있어 조선·항공기·기계 산업 등에 확산되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소규모 공업, 귀금속에도 광범위하게 이용됐다.
용접봉과 철판에 전극을 접속시켜 발생하는 아크 고열로 철판을 용융·접합하는 기술인 아크 용접은 지난 1891년 개발됐지만 반 세기 동안 상용화되지 못했다. 용접 중 발생하는 고열에 의해 강재가 쉽게 깨지거나 충격에 의해 무른 성질이 되는 단점 탓이었다. 기술적인 약점을 극복하게 된 계기는 제2차 세계대전이었다.
미국은 700여 척에 이르는 대규모의 수송선을 건조하기 위해 아크 용접을 도입했다. 처음에 선박용으로 사용했던 림드 강은 탄소·유황·인 등을 포함해 용접 부분에 균열을 발생시켰다. 많은 배가 침몰하거나 심각한 상처를 입게 됐고, 이를 교훈 삼아 미국 정부와 철강 회사는 용접에 적합한 강재 연구에 몰두했다. 결국 지난 1950년대 들어 열에 의한 강도 변화가 적은 킬드 강을 개발해냈다. 전쟁이라는 비상사태는 용접 공법의 대규모 실험을 가능하게 했고, 전후 여러 나라에 용접 기술이 도입돼 발전을 거듭했다. 용접 기구와 제작법도 지속적으로 발전해 용접은 여러 산업에서 실용적인 기술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최근에는 복합 소재와 저에너지 고효율화를 추구하는 ‘그린 용접’이 대세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자동차 차체, 섀시 부품을 제작하기 위해 복합 소재와 경량 금속들을 도입하고 있다. 이런 재료들을 용접하기 위해 아크 용접, 레이저 용접 등 다양한 기술적 대안들이 개발되는 추세다. 또 고품질의 용접 제품을 구현할 수 있도록 스패터를 줄일 수 있는 용접 장비나 용접 후 상태 변동을 제어해 안정된 품질의 용접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지능형 용접 시스템도 개발됐다.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용접 시공에 대한 표준 공정들을 통해 생산 현장 어디서나 손쉽게 시공할 수 있는 지식화·표준화 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