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소프트웨어(SW) 기업 육성을 취지로 조성된 SW 인수합병(M&A) 펀드(글로벌 SW기업 육성 사모투자 펀드)가 출범 3개월이 지났지만, 수요 기업을 단 한건도 찾지 못해 자칫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식경제부는 참여기업 신청기한을 내년 1분기로 제시하고 펀드운용사를 통해 해당기업들을 직접 물색 중이나 기업들이 경영권에 집착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22일 정부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식경제부는 지난 8월 27일 SW기업 육성 사모투자전문회사를 설립 전체 420억원 중 300억원 가량을 내년 1분기 안에 집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피인수기업과 인수기업 간의 합의 하에 펀드 사용의사를 밝힌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SW M&A펀드는 올해 8월부터 2012년 8월까지 3년 동안만 운용되는 것으로 지경부가 업체 선정 기한으로 못 박은 내년 1분기를 넘길 경우, 펀드 운용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SW M&A 펀드 운용 규정상 내년 1분기까지 전체 420억 중 3분의 2 이상을 집행하지 못하면 2차 펀딩도 불가능할 것으로 우려된다.
SW업체가 소극적인 이유는 경영권을 두고 업계 간에 벌이는 신경전 때문으로 풀이됐다.
펀드 운용사 관계자는 “SW업계는 다른 업태와 달리 경쟁력 있는 기업 간 규모가 비슷해 흡수합병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전제한 뒤 “투자여부에 따라 피인수기업이냐 인수기업이냐 여부가 갈리는 데 경영권을 포기할 수 없어 피인수기업으로 나서는 이가 없다”고 말했다.
SW업계가 M&A 펀드 용도를 오해하는 일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펀드 운용사 관계자는 “상당수의 SW업체에서 M&A 자금을 자사 구제자금이나 연구개발 자금으로 쓰고 싶다는 제안을 해왔다”면서 “일부 대표들은 M&A펀드를 과거 벤처캐피탈로부터 받았던 투자자금처럼 오해하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SW M&A펀드와 관련해 명확한 운용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기업들의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SW업계 한 사장은 “펀드를 어떤 용도·목표로 쓸 수 있는 지 명확하게 제시해야 기업들의 혼란이 줄어든다”면서 “예를 들면 오라클에 대적할 만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 국내 주요 DBMS전문 기업들을 협상의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