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길수의 IT인사이드>(4)시민 저널리즘의 새로운 가능성, ‘유튜브 디렉트’

지난주 세계 최대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는 ‘유튜브 디렉트`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언론사들이 유튜브의 오픈 API와 공개 소스코드를 언론사 웹사이트에 설치하면 시민기자나 프리랜서, 아마추어 비디오 촬영가들이 동영상을 유튜브의 동영상 플랫폼을 활용해 뉴스사이트에 직접 올릴 수 있도록 해준다.

시민기자들이나 프리랜서들이 촬영한 동영상이 언론사 편집자들의 심의를 거쳐 사이트에 올라간다는 점이 기존의 유튜브 동영상과 다르다. 언론사 입장에선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동영상 플랫폼을 직접 구축하지 않고도 유튜브 동영상 플랫폼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재정난을 겪고 있는 언론사에는 매우 유용한 동영상 플랫폼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유튜브 측은 이 서비스의 등장으로 시민 저널리즘이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될 것이며, 시민 저널리즘을 표방하고 있는 수많은 언론사들이 재난 현장이나 전쟁터에 특파원을 파견하지 않고도 시민기자들이나 프리랜서들이 실시간으로 올리는 동영상을 자신의 사이트에 게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튜브측은 시민 저널리즘이 한단계 성숙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미 ‘유튜브 디렉트’ 공식 홈페이지(http://www.youtube.com/direct)’에는 이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는 API와 가이드북이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언론사들은 비교적 쉽게 유튜브 디렉트 서비스를 자신의 사이트에 위젯 형태로 구현할 수 있으며, 자신의 사이트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할 수도 있다.

현재 시민 저널리즘과 블로그 저널리즘의 선두주자로 각광받고 있는 미국의 허핑턴포스트를 비롯해 워싱턴포스트, abc뉴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보스톤의 방송사인 WHDH-TV, 공영방송 사이트인 NPR 등이 유튜브 디렉트 서비스를 활용해 시민기자들과의 소통의 폭을 확대하고 있다.

허핑턴포스트는 유튜브 디렉트를 활용해 현재 비디오 콘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다음달 7일부터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UN의 지구온난화 및 기후대책 컨퍼런스에 파견할 시민기자들을 뽑고 있는 것. 이 프로젝트는 ‘호펜하겐‘이란(http://www.hopenhagen.org)이란 공익단체와 협력해 진행하고 있는데, 시민기자들이나 블로거들로부터 비디오 영상을 받아 코펜하겐 현지에 파견할 일명 ’호펜하겐 앰배서더‘를 뽑는 것이다. 우선 10명을 1차 선발한 뒤 다음달 초 코펜하겐에 파견할 최종 우승자를 뽑을 예정이다.

허핑턴포스트의 시민 저널리스트인 ‘호펜하겐 앰배서더’로 최종 선정되면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UN기후 컨퍼런스에 파견되어 세계 각국에서 모인 정치지도자나 사회 운동가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하고, 컨퍼런스 현장 곳곳을 취재하는 기회를 얻게 된다. 호펜하겐 앰배서더가 송고하는 글과 비디오는 허핑턴포스트에 게재되고 동시에 유튜브에도 실시간으로 올라갈 예정이다.

미국공영방송인 NPR(http://www.npr.org)도 유튜브 디렉트를 활용해 ‘당신의 눈으로 바라본 과학의 세계’라는 슬로건 하에 `원더스코프 챌린지‘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다음달 17일까지 독자로부터 ‘시간’에 관한 주제로 30초에서 3분 가량의 비디오 기고를 받은 후 편집자의 심사를 거쳐 우수한 비디오 기고문을 NPR 홈페이지에 소개할 예정이다.

독자들은 왜 어릴 때에는 시간이 느리게 흘러갔는데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지, 과학적으로 시간은 측정 가능한 것인지 등등 다양한 주제로 동영상을 만들어 기고하면 된다. 편집자의 심의를 거쳐 최종 게재 여부가 결정되고 홈페이지와 유튜브를 통해 소개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샌프란시스코 도시 곳곳에서 열리고 있는 거리 축제와 공연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유튜브 디렉트를 이용해 독자들로부터 기고받아 현재 홈페이지에 소개하고 있으며, abc뉴스는 추수감사절 비디오 메시지를 유튜브 디렉트를 통해 받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유튜브 디렉트 소개 기사를 게재하면서 유튜브 디렉트가 CNN의 i리포트(시민들이 자유롭게 비디오나 글을 올릴 수 있는 사이트) 등 시민 저널리즘을 표방한 매체에 위협적인 존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로이터는 유튜브 디렉트 서비스의 등장으로 영향력이 축소되고 있는 언론사 뉴스룸이 동영상 플랫폼에 대한 추가 투자없이 동영상 분야에서 시민들과 소통의 장을 넓히는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유튜브 디렉트 서비스가 언론사 보다는 오히려 비즈니스쪽에서도 활발하게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기업들이 자신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활성화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유튜브 디렉트 서비스를 활용할 경우, 기업 공식 블로그나 홈페이지를 통해 다양한 마케팅 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사회 운동단체나 정치가들도 유튜브 디렉트를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은 항상 열려 있다. 굳이 언론사에만 제한되어 있는 서비스가 아니라 자신의 홈페이지나 블로그에 동영상 플랫폼을 구축해보고 싶은 기관이나 블로거들도 얼마든지 활용 가능한 도구라는 얘기다.

일각에선 유튜브 디렉트에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유튜브가 언론사들을 파트너로 끌어들임으로서 콘텐츠 비용을 거의 무료로 수급할 수 있게 됐다는 것. 이미 유튜브의 모기업인 구글은 언론사의 콘텐츠를 검색 서비스라는 이름하에 거저로 가져다 쓰면서 언론사와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언론사들이 동영상 분야에 시민 저널리스트나 프리랜서들을 적극 활용함으로서 인건비가 많이 들어가는 기존의 스태프를 정리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어 제도권 언론인들에게는 위협요인이 될 수도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장길수 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