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도 풀지못한 휴대전화 멤버십카드 딜레마

“휴대전화를 여러 대 사용하시는 고객님도 멤버십카드는 한장만 쓸 수 있습니다. 포인트 합산도 안 됩니다.”

이동통신사 멤버십카드의 발급 약관에 불만을 품은 고객과 지점장이 다툼을 벌이다가 경찰이 출동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23일 서울 강북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5시께 이 경찰서 소속 미아지구대에 “모 이동통신사 강북지점에 업무방해 고객이 있다”는 내용의 신고 전화가 걸려 왔다.

경찰관이 급히 현장에 출동해 상황을 파악한 결과 당일 오후 3시40분께 고객 A(26)씨가 지점에 찾아와 “내가 휴대전화를 두 대 쓰니 멤버십카드 두장을 발급해 달라”고 직원에게 요구한 일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직원은 약관을 들어 A씨의 요구를 거절했는데 이때부터 A씨는 1시간여간 항의하면서 ‘시위성 고객서비스’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한 휴대전화로 멤버십카드를 발급받자마자 직원이 보는 앞에서 카드를 부러뜨리고 다른 휴대전화로 카드를 다시 발급받아 부러뜨리는 행동을 반복한 것.

A씨는 지점에 찾아오기 전에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동시 발급은 약관상 불가능하지만, 카드를 한 자리에서 번갈아 가며 여러 장 발급받는 것은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상태였다.

난감해진 직원은 A씨가 4장째 발급을 요구하자 지점장을 불렀으나 A씨는 지점장에게도 같은 주장을 되풀이하며 의자에 앉아 카운터에 발을 올려놓고 카드를 계속 발급해 달라고 요구했다.

결국 지점장은 “A씨가 카운터에 발을 올려놓고 문을 닫는 오후 6시까지 있겠다고 해 다른 고객들의 업무에 지장을 준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은 A씨의 행위가 업무방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두 사람이 문제를 원만히 처리토록 권했으며 A씨를 입건하지는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업체나 소비자 입장이 모두 이해가 가는 난감한 경우였다”며 “사정을 들어보니 약관이 문제의 발단인데다 소비자 입장에서 권리를 찾고자 한 고객의 주장도 이해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변 사람들이 업무를 보는 데 A씨가 크게 지장을 주지 않았고 카운터에 발을 장시간 올린 것도 아니어서 업무방해죄로 입건하기엔 무리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해당 이동통신업체 관계자는 “현행 약관상 고객이 2개 이상 회선에 대해 멤버십 카드를 동시에 발급받거나 1개의 카드에 다른 회선의 멤버십 포인트를 합산할 수는 없다”며 “이 부분은 이동통신 3사 모두 마찬가지”라고 해명했다.

그는 “A씨와 같은 경우 일단 카드 1장을 쓰고 포인트가 소진되면 다른 카드를 발급받아 또 쓰면 된다”며 “회선별 최소 혜택 한도와 중복 사용 우려 등 문제로 이런 정책이 정해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