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위원회(EC)가 독점금지법에 따른 오라클의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인수 규제 데드라인을 내년 1월 27일로 연장했다. EU 독점금지법과 경쟁업체 반대에 시달리던 오라클은 ‘시간과 추가 비용’까지 떠안을 전망이다.
2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EC는 지난 9일 오라클에 통보한 ‘오라클의 선 인수가 유럽 27개 국가의 경쟁을 훼손하는 거래’라는 규제 방침을 관철할 태세다.
EC의 규제 데드라인 연장은 ‘독점금지 문제 해결을 위한 시간을 더 달라’는 오라클의 요청에 따른 조치다. EC는 내년 1월 말까지 데이터베이스(DB) ‘마이SQL’ 관련 독점금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오라클의 선 인수에 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오라클은 “EC의 결정이 늦어지면서 (지난 8월 이후) 매월 1억달러씩 손해”라는 래리 앨리슨 회장의 볼멘소리처럼 내년 1월 말까지 약 2억달러의 손실을 감수하며 해결방안을 찾아야할 형편이다.
EC 측은 이에 앞서 오라클과 선의 합병을 반대하는 공식 성명에서 “오라클이 선의 ‘마이SQL’ 소스 코드와 지식재산권을 완전히 통제해 경쟁업체로 하여금 자사와 경쟁할 제품을 만들지 못하게 제한하는 형태로 라이선스를 강화할 것”으로 우려했다.
또한 오라클의 기존 DB 제품과 ‘마이SQL’ 간 제살깎아먹기 상황을 막기 위해 상업·기술적 전략을 독점적으로 채택할 개연성이 크다는 게 EC의 시각이다.
궁극적으로는 “오라클의 선 ‘마이SQL’ 인수가 DB 시장에서 경쟁자를 제거할 것”이고, 이러한 환경이 유럽 27개 국가와 시장의 공정 경쟁 환경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게 EC의 규제 판단 근거다. EC 측은 특히 “‘마이SQL’은 1일 내려받기가 6만회에 달할 정도로 가장 전략적으로 활용되는 오픈 소스 DB”라며 “상대적으로 작은 ‘마이SQL’의 매출 기반 시장 점유율보다 훨씬 크게 경쟁적으로 중요한 제품”이라고 덧붙이는 등 강력한 규제 의지를 내보였다.
오라클은 이에 대해 “EC가 DB 시장 경쟁과 오픈 소스 역학관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탓”이라며 “DB 간 기술적 차이 때문에 ‘마이SQL’이 시장에서 다른 제품을 경쟁적으로 압박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오라클의 주요 경쟁자인 마이크로소프트·IBM·사이베이스 등은 ‘마이SQL’이 웹 사이트 개발자들을 위한 무료 코드에 기반한 제품이라는 점을 들어 EC 규제에 힘을 보태고 있다. EC는 이를 근거로 오라클의 기술적 차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