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어 온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이 열악한 여건 속에서 판매 감소에 시달리면서 악전고투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넷판이 21일 전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 종사자들은 낮은 보수를 받으며 장시간 근무에 시달리고 있으며, 판매량은 감소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저렴한 노동력과 정부 지원에 힘입어 고품질의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을 쏟아내면서 경쟁도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한 때 제조업 상품으로 유명했던 일본에서 애니메이션은 어린이 뿐 아니라 성인 팬들의 호응을 얻으면서 가장 인기있는 문화 수출 품목으로 성장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2002년 아카데미상을 받았으며, 이에 앞서 나온 ’포켓몬스터’는 미국 TV 및 영화시장은 물론 관련 상품 시장에서도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일본의 아동 인구 감소로 새로운 프로그램에 대한 협찬사들의 자금 지원이 주춤해지면서 많은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이 성인 시청자를 겨냥한 에로물이나 폭력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유튜브를 비롯한 무료 인터넷 서비스도 애니메이션 DVD 판매를 끌어내리면서 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일본 비디오 소프트웨어 협회에 따르면 일본산 애니메이션 DVD 판매는 2006년 937억 엔으로 정점에 달했다가 2008년 728억 엔으로 1년 전에 비해 18% 줄었다.
애니메이션 업계의 사기는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다. 업계 경영진들은 재능있는 인재들이 비디오 게임 등 보수가 나은 직업을 찾아 떠나면서 신규 고용자 10명 가운데 9명은 3년 이내에 일을 그만둔다고 말하고 있다.
젊은 작가들은 대부분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으며, 스케치 매수에 따라 보수를 받는데 장당 가격은 지난 30년간 그다지 오르지 않았다.
2년간 직업학교에서 수학한 뒤 텔레콤 애니메이션에 입사한 오타니 리에(22) 씨는 하루 거의 12시간을 컴퓨터 스크린 앞에서 보내며 한 달 목표치가 스케치 300장이지만, 월수입은 10만 엔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는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일하는 것은 즐겁지만 수입이 너무 적어 부모로부터 독립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고 털어놨다.
일본 정부는 젊은 작가 양성과 마케팅 비용 보조 등을 통해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일본 회사들이 중국과 한국, 베트남 등 노동 비용이 저렴한 국가의 업체에 외주 제작을 의뢰하면서 일본 내 인재 양성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텔레콤 애니메이션의 사장 다케우치 코지 씨는 “업계가 너무 지치고 쇠퇴해서 어둡고 답답한 작품이 많아지고 있다”며 “재미와 희망의 메시지도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