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프라이데이 앞두고도 ‘신통찮네!’

북미지역의 연말 쇼핑시즌을 시작하는 블랙 프라이데이가 오는 27일로 다가왔지만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예년같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줄을 잇고 있다. 수익성이 악화될까 우려하는 판매자들은 할인 폭을 낮추는 반면, 신용카드 부채에 시달리는 구매자들은 씀씀이가 줄어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금융 및 시장조사기관 크레딧스위스의 조사를 인용해 베스트바이·월마트 등이 블랙프라이데이에 손님을 끌기 위해 LCD TV 등을 대폭 할인, 미끼상품으로 내놓았지만 전반적인 제품의 평균 할인율은 지난해에 못미친다고 24일 보도했다.

조사에 따르면 베스트바이는 이번 시즌에 맞춰 40인치 풀HD LCD TV 최고급 제품을 500달러로 가격을 내렸다. 월마트 역시 32인치 LCD TV를 248달러에 선보였고, 시어스도 19인치 삼성 LCD TV를 300달러에 내놓았다. 이들의 가격인하 폭은 100∼500달러 수준으로 지난해 최대 1000달러까지 인하했던 것과 비교하면 적은 폭이다. 이 시즌에 맞춘 TV의 평균 인하 폭도 줄어들었다. 베스트바이는 TV 가격을 평균 13% 인하했다. 지난해 평균 인하폭은 24%였다. 시어스 역시 지난해에는 22%이던 것을 올해는 14%로 낮췄다.

크레딧스위스는 LCD TV 가격이 지난해보다 하향한 것도 있지만 유통점들이 수익성 악화와 재고 부담 등을 고려해 할인폭을 낮췄다고 분석했다.

소비자들도 짠돌이로 돌변할 것으로 보인다.

AP통신과 시장조사기관 GfK는 최근 성인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조사한 결과, 이번 쇼핑시즌에 지난해와 비슷하게 소비하거나 소비를 줄이겠다는 응답자가 93%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응답자중 절반은 빚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답했고, 80%는 이번 기간에 신용카드 대신 현금으로 구입할 것이라고 답했다. 카드 부채에다 호주머니가 가벼워진 구매자들이 현금만으로 결제하면 자연스레 소비폭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번 조사에서 미국 국민들의 신용카드 평균 부채는 5600달러로 지난봄 4900달러에서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고, 주택 모기지와 자동차 할부 등을 포함하면 4만6000달러로 조사됐다. 이는 실업률이 10%로 비슷했던 1980년대 초반보다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조사를 담당한 연구자들은 “결국 개인 부채의 증가는 소비를 다음으로 미루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