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신의 입자 ‘힉스(Higgs boson)’를 향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우주 탄생의 순간으로 추정되는 ‘빅뱅’을 둘레 27㎞ 짜리 원통형 입자 가속기 안에 재연해 ‘힉스’를 발견하기 위한 인류의 가장 큰 실험이 시작된 것이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강입자가속기(LHC:Large Hardron Collider)를 재가동했다고 23일(현지시각) 밝혔다.
지난해 9월 가동을 멈춘 뒤 1년 3개월여 만이다. CERN은 지난 20일 양성자 빔을 가속기 내 시계 방향으로 돌리기 시작한 데 이어 22일 두번째 양성자 빔을 시계 반대방향으로 투입했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회전하기 시작한 두 입자는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까지 가속한 뒤 충돌, 과학기술자들에게 여러 실험 데이터들을 토해낼 전망이다.
CERN은 이번 입자 가속·충돌 실험을 두 궤도에 각각 4500억전자볼트(eV)씩 모두 0.9테라(T)eV급 에너지로 진행한다. 이는 미국 페르미가속기의 1.96TeV보다 낮은 수준으로 신의 입자 ‘힉스’를 발견하기 위한 예열 단계로 풀이된다.
CERN은 올해 말까지 가속 에너지를 2.2TeV로 높이고, 내년에 7∼10TeV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내년 11월께 가속기 설계 목표인 14TeV까지 가속 에너지가 높아지면 빅뱅에 근접한 실험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일부 종교단체는 CERN의 빅뱅 실험을 ‘신에 대한 도전’이자 ‘인류 멸망을 부를 판도라 상자’로 폄훼했다. 과학계에서는 이와 달리 우주 생성 원리를 밝히려는 인류의 가장 큰 진실 탐구작업으로 여겼다.
한편, 물리학자 스티브 마이어스는 “2011년까지 양성자 빔을 최고 속도로 끌어올리는 실험에 약 100억달러(약 11조5600억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