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가 만들어낸 日 구인구직 풍속도

회사는 가상공간에서 취업설명회를 열고, 구직자는 설명회에 아바타를 대신 보낸다.

상상이나 영화 속에서나 가능할만한 이 같은 이야기가 현실로 다가왔다. 일본에서 신종플루가 대유행하면서 생겨난 새로운 풍속도다.

요미우리신문은 신종플루의 유행을 배경으로, 인터넷 가상공간에서 실시하는 기업설명회가 주목을 끌고 있다고 24일 전했다. 취업시즌을 맞은 상황에서 기업들이 신종플루 때문에 설명회를 미루거나 중단할 수 없어 고안해 낸 방법이다.

일본의 취업컨설팅 전문업체인 포지컬은 가상공간에 구인구직 아일랜드 ‘포지컬섬’을 운용하고 있다. 이곳에 회원등록한 학생들은 자신을 대표하는 아바타를 이용해 기업설명회에 참가하고, 가상의 사무실에서 업무를 체험하거나 마이크를 이용해 육성으로 질문할 수도 있다.

지난 시즌 이곳에 등록한 학생은 약 2000명, 참가 기업은 6개사였지만 이번 시즌들어서는 그 수가 크게 늘었다. 현재 7개 기업이 참가를 신청했고, 30개 이상의 회사가 신규참가하기 위해 포지컬과 협의 중이다. 학생과 기업의 문의가 매일 쇄도하고 있어 연말께는 그 수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5월 신종플루가 대유행한 간사이 지역를 중심으로 설명회를 중지하거나 연기한 기업이 적지 않은 데다 학생들이 신종플루 감염을 걱정해 설명회장을 찾지 않을 것으로 우려한 기업이 늘었기 때문이다.

포지컬섬에서 기업설명회를 실시 중인 스미토모공업의 인사담당자는 “가상공간 기업설명회는 PC 이용자들에게만 적용되므로 보조 구인수단에 불과하지만 신종플루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고베제강의 인사담당자도 “2년전부터 가상공간을 이용해왔지만 올해는 더 많은 학생들을 모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가상공간에서 이뤄지는 기업설명회가 주는 또다른 장점도 있다. 구인·구직자 모두 얼굴을 맞대고 질문하는 게 아니여서 이직률에 대한 문의처럼 평소에 주고받기 어려웠던 질문도 오간다. 마지막 면접에선 대면접촉이 이뤄지기 때문에 가상미팅에서 부족했던 부분에 대한 보완도 이뤄진다.

구직 활동 중인 간사이대학 3학년 남학생은 “가상공간 기업설명회는 신종플루 감염에 대학 걱정도 덜 수 있고, 이동시간도 절약돼 여러 업체의 설명회에 참여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