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의 사용자 경험을 책임지고 있는 단말제조사 디자인 사령관들은 내년 휴대폰 디자인의 특징을 어떻게 구상하고 있을까.
이제 휴대폰은 음성통신을 벗어나 핸드백·구두와 같은 패션 상품으로까지 이해될 정도로 우리 삶 깊숙히 파고 들고 있다. 투박했던 디자인은 다양한 패션 스타일을 도입하고 특정 소비자층을 타깃으로 한 독특한 형태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인 업체들과 손잡은 아르마니폰·프라다폰·듀퐁폰 등 명품폰들도 큰 관심을 불러오고 있다.
국내 주요 휴대폰 제조사의 디자인 책임자들은 공통적으로 ‘기본’과 ‘절제’ 속에 베어나는 고유한 특성을 내년도 휴대폰 디자인의 키워드로 꼽았다.
◇단순함 속의 입체감과 역동성=장 상무는 내년도 휴대폰 디자인의 트렌드가 ‘시간을 넘어선(Timeless)’ 신뢰성과 기능성, 그리고 강력한 색상·형태의 ‘캐주얼 팝’이라는 상반된 두가지 컨셉트가 함께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제품에 진지하고 이성적으로 접근하는 소비자층을 겨냥해 기본에 충실하고 솔직함을 던지는 동시에 단조로움을 벗어나기 위한 다양한 질감의 제품이 잇따를 것이라는 설명이다.
장 상무는 “올해 선보인 햅틱 아몰레드나 옴니아2 등의 외관은 미니멀한 감성을 추구하면서도 플라스틱 소재에 금속질감을 부여해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패턴과 컬러가 드러나 제품 본연의 은은한 특성이 잘나타나고 있다”며 그 예로 들었다. 이와 함께 최근 신세대를 겨냥해 내놓은 ‘코비폰’처럼 자유로운 삶을 지향하는 사용자층을 위해 풍부한 색상과 과감한 형태를 갖는 제품이 또 다른 시장을 이끌어 갈 것으로 내다봤다.
◇깔끔·절제의 미니멀리즘=차 상무가 꼽은 트렌드 역시 ‘미니멀’이다. 휴대폰 기술이 멀티미디어 스마트폰·모바일인터넷기기(MID)로 진화하면서 깔끔한 외관에 기능은 모두 숨겨지고 필요할 때만 나타나는 방식이 대세를 이룰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UI도 단순한 터치 방식을 넘어 다양한 감성을 만족시켜주는 오감 디자인이 힘을 얻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함께 올해 세계 처음으로 선보인 투명폰과 같은 새로운 소재와 컨셉트를 가진 혁신적인 시도도 활발해지는 한편, 친환경 시스템 구현을 위한 소재나 컬러 등의 사용도 늘 것으로 예상했다.
◇편안한 ‘아이코닉’=사용자에게 직관적이면서도 익숙한 이용환경을 제공하는 것도 휴대폰 사용자경험(UX)의 핵심 중 하나다. 황 상무는 이를 ‘아이코닉’으로 요약했다. 이 디자인은 한 눈에 반하거나 금방 식상해지는 것이 아니라 ‘보면 볼수록 정이 드는 디자인’을 일컫는 개념으로 소비자와 교감하며 오래 기억될 수 있는 제품이 인기를 모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는 곧 오히려 유행에 덜 영향을 받으며 꾸준한 판매가 이뤄지는 제품이 되기 위한 조건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프리미엄폰의 대중화가 이뤄지면서 소비자의 기호에 따라 스타일이 세분화되는 양상도 나타날 것으로 봤다.
황 상무는 “올해 출시한 레이저룩에 채택된 화이트와 골드 톤도 올해 패션 유행을 반영했던 제품”이라며 “과거에는 패션 트렌드가 휴대폰보다 2년 정도 앞섰지만 최근에는 휴대폰이 패션 소품화되면서 거의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