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윤정의 성공파도] (212)여자 리뉴얼-워킹맘](https://img.etnews.com/photonews/0911/091126094829_1971350642_b.jpg)
아들이 태권도 검정 띠를 따는 날, 딸이 친구를 초대하고 싶은 날, 어김없이 회사일이 겹친다. 그래서 워킹맘은 마음의 빚이 많다. 아이를 위해 로드 매니저는커녕 영양가 있는 자연 간식 한번 못해주고 냉동식품으로 대체할 때마다 사표를 가슴에 품는다. 워킹맘은 금단현상도 있다. 남성들이 담배를 못 피우거나, 술을 제시간에 부어주지 않으면 초조한 것처럼 여성은 엄마 품을 간절히 바라는 아이를 꼭 안아 재우지 못하고, 뽀드득 씻기지 못하면 자책과 우울에 빠져든다. 워킹맘은 왕따처럼 주눅도 든다. 전업주부들이 서로 아이들 이름도 외우고 집들을 오갈 때, 시계와 핸드폰을 번갈아 보며 사무실로 뜀박질을 할 때면 뒤통수가 가렵다.
남성의 가정 진입 속도는 여성의 사회 진출 속도를 아직 따라잡지 못했다. 그 공백을 워킹맘 스스로 일당백을 해가며 감당하고 있거나, 또 다른 여성(시어머니, 친정엄마, 올케, 언니 등)이 대신 짊어지고 있거나, 이도 저도 아니면 아이 혼자 학원을 배회하며 메우고 있다. 워킹맘은 회사에서는 남성들과 대등한 업무성과를 내야 하고, 집에서는 엄마로서 챙겨야 하고, 스스로는 이 역할을 다 못 해내는 부채감과 싸워야 한다. 그래서 점점 쌈닭이 되거나 어디에도 마음을 붙이지 못하며 하루에도 수십 번씩 사표를 썼다 지웠다 한다. 사회적으로 워킹맘을 보호해 주지 못하면 저출산은 점점 심각해질 것이다. 힘들어하는 워킹맘을 보는 알파걸들이 결혼을 뒤로 미루고, 출산 계획을 접고 있기 때문이다. 군대에서의 경험은 인정해 주면서 육아의 경험은 인정해 주지 않고 국방 의무는 자랑스러운 경력이지만 출산 의무는 개인적인 선택처럼 간주돼선 더 이상 워킹맘이 설 자리를 잃는다. 출산장려금보다 급한 것은 워킹맘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