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노벨상 수상자들이 정부의 과학기술 예산 삭감 움직임에 분노하고 있다.
26일 현지언론에 따르면 일본의 과학계를 대표하는 고바야시 마코토(小林誠) 등 노벨상 수상자 4명은 25일 도쿄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행정쇄신회의가 내년 예산 편성에서 과학기술 예산의 삭감을 추진하는 데 대해 강력히 반발했다.
이들은 긴급 성명에서 “과학기술 분야는 기초 연구실적을 계속 쌓아올려야 하는데 이를 중단하면 인재가 고갈돼 돌이킬 수 없는 사태로 추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작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고바야시는 “하토야마 정부가 과학기술로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를 만들겠다고 공언해놓고 관련 예산을 줄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1987년 노벨생리의학생 수상자인 도네가와 스스무(利根川進)는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도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를 계속해 인재를 육성하겠다고 밝혔는데 하토야마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하토야마 총리가 공학도여서 과학기술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기대했는데 오히려 배반을 당한 느낌이라며 격앙했다.
일본의 과학자들은 과학기술 관련 예산이 2000년을 100으로 봤을때 작년에 109였지만 중국은 436, 한국은 289, 미국은 185였다는 수치를 제시하며 일본의 장래 과학기술을 걱정하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들이 이처럼 들고 일어선 것은 정부의 관련 예산요구액이 1조3천667억엔으로 올해에 비해 0.8% 줄어 27년만에 감소한데다 정부가 이마저도 예산 재편 과정에서 대폭 삭감할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성역없는 예산 삭감 작업을 통해 염출한 자금을 자녀수당 등 복지예산으로 돌린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의 반발과 여론의 비판이 거세자 하토야마 총리는 “정부 재정이 어렵지만 과학기술 예산은 배려하라”고 행정쇄신회의에 지시했다. 이에 따라 당초 삭감 예정이었던 슈퍼컴퓨터 개발 예산 등 핵심 과학기술 예산이 상당부분 살아날 전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