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포럼] 유연한 대북전략이 필요하다

[통일포럼] 유연한 대북전략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헌법 제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 제4조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 오랫동안 잊고 살아온 것 같은 우리나라 헌법을 지금 다시 생각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민족전쟁 위험이 있는 나라, 지금 그 나라에 살고 있다. 국민을 담보로 줄타기를 하듯 우리 정부는 빳빳한 자존심을 내세우며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듯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북한을 한층 더 압박하려는 듯하다.

 국제적 고립으로 오갈 데 없는 상황 속에 북한은 중국, 제3세계와 협력을 강화해 경제적 위기 탈출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남북협력 실책으로 북한에서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 일을 하던 정치·경제 일꾼들은 모두 자리를 잃고 중국과 제3세계에 비중을 둔 새로운 팀이 북한의 국제협력 관계를 이끌어 가고 있다. 그 결과 중국은 이미 평양에 상당한 근거를 만들고 북한의 접경지역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신의주로 연결되는 단둥에 새로운 교량을 가설하고 훈춘 등 북한 접경지역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그 결과 북한의 소중한 자원은 이미 중국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막대한 자금과 기업인의 희생으로 닦아놓은 우리의 길을 이제 모두 중국에 내주고 있다. 지금 정부의 방북 금지 및 제한으로 오랫동안 추진해오던 남북 IT 협력은 물론이고 공동연구와 대부분의 경협은 몰락 위기에 처해 있다. 지금까지 남북 IT 협력은 자연스러운 남북의 용어 통일은 물론이고 북한의 IT 인력 수준을 파악하고 남북의 미래를 위해 어떻게 협력해 나가야 할지에 대한 준비를 해왔다. 우리가 아무리 식량과 각종 압박으로 북한을 몰아붙인다 해도 결코 항복을 받을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중국, 러시아 그리고 또 다른 공산국가인 베트남 등 사회주의를 지지하는 많은 세력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의 북한 봉쇄 정책은 고통 속에 살아가는 북한 주민의 원망과 증오심만 키울 뿐이며 오랫동안 어렵게 조금씩 쌓아온 모든 남북 간의 신뢰의 벽을 허물어 버리고 말았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를 이해하고 같이 협력할 수 있는 북측의 파트너가 모두 현역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남북이 같이 일을 하려면 다시 10년에 걸쳐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까지 키워야만 가능한 일이 되고 말았다. 대한민국의 헌법에서 보듯 우리는 통일을 지향하며 그 방법은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해 추진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압박과 협박, 보이지 않는 무력의 손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을 우리는 미국과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에서 이미 확인했다. 협상을 위해 북한에 압박을 한다 해도 유연성과 탄력성(flexibility)이 있어야 한다. 유연성이 없으면 부러지고 만다. 아직 우리는 북한의 경제문제를 모두 책임질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지 않다. 반대하고 방해하는 일은 쉽지만 무너진 것을 복원하고 시작하는 일은 어렵고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국민의 위험과 북한 주민의 희생을 담보로 한 압박과 압력으로 북한을 굴복시키고 싸움에서 이겨보겠다는 어리석은 게임을 이제는 거두고 민간지원과 협력을 시작으로 남북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임완근 남북경제협력진흥원장/ikea21@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