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경쟁 당국인 집행위원회가 필립스, 삼성 등 브라운관(CRT) 제조업체들의 담합 혐의에 대한 공식적인 조치에 착수했다고 27일 PC월드 등 외신들이 전했다.
CRT는 TV와 컴퓨터 모니터에 주로 사용되는 디스플레이 기술로 LCD, 플라즈마 기술이 나오기 전에는 범용적으로 쓰였다. 지금도 개발도상국과 동남부 유럽권에서는 활용도가 높다.
집행위는 CRT 제조업체들 사이에 가격 담합 혐의가 포착돼 이런 혐의를 해당 제조사에 고지하는 ‘이의성명(Statement of Objection)’을 최근 발송했다.
이번 이의성명 발송은 지난 2007년 11월 실시된 사업장 기습 현장조사의 후속조치다. 당시 사업장 기습 현장 조사는 필립스와 다른 CRT제조사들이 CRT 가격이 하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가격 담합을 벌였다는 소비자단체 등의 신고에 따라 이뤄졌다. CRT는 LCD와 플라즈마 TV에 밀려 계속 가격이 하락하고 있으며 개발도상국을 제외하곤 수요도 크게 줄었다.
EU는 담합 혐의를 받고 있는 업체 공개를 거부했으나 필립스, LG, 삼성, 도시바, 마쓰시타, 중화 등이 집행위의 이의성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의설명 발송은 EU 집행위가 해당 업체들을 상대로 법적 조치에 착수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의성명을 접수한 업체는 8주 이내에 답변해야 하며 필요한 경우 청문회에 참석해 자신들의 입장을 변호할 수 있다.
조너선 토드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최근 조사는 광범위하게 이뤄졌다”며 “담합 혐의는 중범죄에 속하지는 않지만 유럽 법률 내에서 상당한 금액을 벌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성현기자 argo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