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분의 1g짜리 톱니바퀴를 만들 정도로 정밀기술 분야에서 최고를 자랑하는 중소기업 ‘주켄’. 나고야에서 차로 세 시간 을 달려 도요하시의 한적한 시골 마을에 있는 주켄 본사를 찾았다. 일본 부품 업계의 기인으로 불리는 마쓰우라 모토오 회장(75)을 만났다. 그는 일본 부품소재 산업 경쟁력의 비결은 ‘명인’으로 불리는 숙련공 덕분이라고 단언했다.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중소기업을 일본에서는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이들 중소기업의 핵심 경쟁력은 숙련공입니다.”
실제로 주켄의 생산라인을 도맡는 이들은 60∼70대 숙련공들이다. 한국에서는 벌써 퇴직해 손자들 재롱이나 보고 있을 법한 노인들이 일본에서는 명인으로 존경받으며 현장을 진두지휘하고 있었다.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는 300대의 플라스틱 사출기를 주켄의 명인들은 혼자서 능숙하게 여러 대를 조작했다. 이곳에서는 매달 5000만개의 초소형 부품이 만들어져 50여개의 해외 기업들에 판매된다. “숙련공들의 생산성은 독보적입니다. 30∼40년간 기계를 다루다 보면 소리만 듣고도 어디가 아픈지 알죠. 100엔짜리 부품 하나 교체하면 해결됩니다. 그런데 젊은 직원들은 기계가 고장나 완전히 멈춰야 비로소 알죠.”
선착순 채용, 자유로운 출퇴근 시간 등 마쓰우라 회장의 경영철학은 특이한 성공사례로 꼽힌다. 그만둔 사람도 언제든 다시 돌아와 근무할 수 있다. 복귀해도 연령에 따라 급여가 정확히 지급된다.
“사람과의 첫 만남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신뢰입니다. 저는 일단 주켄에 입사한 사람을 의심해본 적이 없습니다. 직원들은 신뢰받고 있다고 느낄 때 최선을 다합니다. 복귀한 사람들에게는 따로 교육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시 돌아와 일하고 싶다면 언제나 환영입니다.”
이런 신뢰의 힘은 직원들의 괴력을 만들어낸다. 고졸 출신의 직원이 박사 과정의 미적분 문제를 풀어내고, 3개 국어를 구사하는 것은 이곳에서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결벽증 수준에 가까운 ‘품질 관리’도 일본 부품소재 기업들이 지닌 경쟁력의 원천이다. 주켄은 지난 30년 동안 단 한 차례의 불량품도 납품하지 않았다. “주켄이 가진 경쟁력은 그 어떤 과학 기술, 관리 기술로도 이룩할 수 없습니다. 회사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우리 제품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