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는 줄다리기, 널뛰기, 그네뛰기, 씨름, 탈춤, 달맞이, 강강술래, 놋다리밟기, 연날리기, 지신밟기, 쥐불놀이를 하고 여느 때는 윷놀이, 장기, 제기차기, 소싸움, 닭싸움, 공기놀이, 구슬치기, 수놓기, 실뜨개 놀이를 했다. 우리 조상들은 민속놀이를 하면서 가족, 친척, 이웃들과 풍년을 빌고 단합을 도모하며 평화를 꾀했다. 그저 세시풍속쯤으로 이해됐지만 사람들이 모여서 공동체의 동질감도 형성하고 또 가족, 이웃과 유대감을 나누는 계기기도 했다. 놀면서 그 사람을 알고 이해하는 과정이었다.
앞으로 1000년 후 우리 세대의 놀이는 무엇으로 설명될까. TV·영화 보기, 컴퓨터 게임, 블로그 가꾸기 정도일까. 예전보다 사람들은 개별적이고 수동적이다. 옛날에는 많은 사람이 함께 모여 여가를 보냈지만 지금은 혼자 보내거나 끼리끼리 보낸다. 옛날보다 여가가 많아지고 교통수단이 발달하고 도구도 다양해졌지만 놀이문화가 다양해진 것 같지는 않다. 예전에 비하면 놀 것은 많은데 잘 놀지 못한다. 특히 직장 동료끼리 함께 여가를 나누는 방법은 내놓을 만한 게 없다. 여행 가서, 회식 가서, 등산 가서 술만 먹는다. 야한 농담을 하거나 소리 지르며 노래를 부르거나 제정신을 잃을 때까지 폭음을 한다. 맨 정신으로는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지 못하고 맨 정신으로는 마땅히 할 게 없다. 재미있게 살 궁리를 해야지 재미있게 놀 궁리를 하면 안 되겠지만 재미있게 놀아야 재미있게 살아진다. 잘 노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
연말에는 나에게 상주는 마음으로 노는 것처럼 한번 놀아보자.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되돌아보며 나와 관계한 사람과 자축하는 마음으로 놀이답게 놀자. 놀이는 현실을 잊기 위해 하는 것만이 아니라 새로운 나를 발견하기 위해 하는 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