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TV가 개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만한 킬러콘텐츠를 향한 사업자들의 목마름이 계속되고 있다. 지상파 재전송 허용과 100개에 가까운 채널을 확보해 초기 IPTV의 가장 큰 과제를 해결하고 서비스 기반 구축에 안착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IPTV 사업자의 더 큰 고민은 지금부터다. 그간은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한 물량 공세였다면, 지금부터는 내용을 채우기 위한 아이디어와 전략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IPTV 게임에 대해서 몇 가지를 얘기하고자 한다. PC 온라인 게임에 익숙해 있는 사용자라면 게임의 재미를 떠나서 답답한 리모컨 조작에 이내 채널을 돌려버릴 수도 있고, 조금 인내심이 있는 이용자는 게임을 하면서 단조로움에 실망하고 다시는 게임을 찾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런 ‘게임에 돈을 내고 하라니’ 답답하기만 하다.
통신 3사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 관련 콘텐츠 수준은 원작인 PC 게임·모바일 게임·아케이드 게임 등을 IPTV 플랫폼에 그대로 이식한 사례가 대부분이다. 오락성, 몰입성은 고사하고 그래픽 수준까지 한참 떨어져 10여년 전으로 퇴보한 듯한 인상마저 준다. 게임을 바라보고 있는 사업자의 시각도 이해하기 어렵다. 늘 콘텐츠 중요성을 얘기하면서도 정작 콘텐츠보다는 플랫폼에 돈을 쓰는 것을 우선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기 가입자를 늘려야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이용자의 불만요소도 같이 늘린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그라비티는 IPTV에서의 게임 성공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 ‘뽀로로 놀이’를 상용화하면서 사업자 배분방식이 아닌 IPTV 서비스 가입자가 직접 월정액·일정액을 선택 구매해 사용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는 게임 완성도가 떨어지면 수익을 발생시키기 어려운 구조다. 상용 서비스 시작 이후 두 달이 넘어가고 있는 지금 다수의 유료이용자를 확보했고, 이용자가 꾸준하게 늘고 있다. 2010년부터는 해외 진출을 준비 중이다.
IPTV 게임 사업전략은 단순하다. 첫째, IPTV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의 철저한 분석과 IPTV 플랫폼 이해가 선결돼야 한다. 그라비티는 처음 목표부터 IPTV 플랫폼 및 서비스 기반을 사전에 충분히 검토해 게임을 개발했고, 기획부터 개발까지 현재 IPTV 상황을 가장 잘 이용해 저사양의 낮은 셋톱박스 성능을 극복했다. 둘째, ‘뽀로로’라는 인지도 높은 유명 IP를 확보해 4세부터 7세까지의 영유아층을 목표로 했다. 셋째는 IPTV 사업자의 적극적인 사업 의지로, ‘뽀로로 놀이’를 IPTV 서비스 사업자의 대표 콘텐츠로 만들려는 의지가 있었다. 이러한 요소들이 적절하게 상호 시너지를 발휘해 ‘뽀로로 놀이’가 탄생했고, IPTV의 킬러콘텐츠로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IPTV에서 많은 제약이 풀리고 있다. 법·제도적인 부분에서부터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적인 제한도 새로운 고사양 칩세트가 개발되면서 점차 발전하고 있다. 이제는 정말 제대로 된 IPTV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범정부적 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하고, IPTV 사업자의 시각도 장기적인 차원에서 차세대 서비스 기반으로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런 구조가 형성돼야 대한민국이 PC 온라인 게임으로 전 세계를 놀라게 했듯이 IPTV를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 게임으로 또 한번의 중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정대식 그라비티 전략IP사업팀장/yaneke@gravit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