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몽골 국민 여러분….”
노마드(유목민족)의 나라, 몽골의 수도 울란바트로 한복판에서 우리 기술로 만들어진 방송 장비를 통해 선명한 디지털방송이 흘러나왔다. 내년 7월께 몽골 T-DMB(지상파DMB) 방송 개국을 앞두고 현지 방송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메이드인 코리아’ 방송 기술을 선보이는 자리에서 시연한 현장 생중계 방송의 한 장면이다.
1일 몽골 울란바트로에 위치한 칭기스호텔에서 몽골 통신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현지 국회의원, 방송사 대표 등 방송관계자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우리나라 방송장비를 소개하는 ‘몽골 방송장비 로드쇼’가 개최됐다.
특히 이날 △디지털방송(KEA-KOBETA-유비디엠비-몽골국영방송사 MNB) △IPTV(ETRI-몽골 과기대 MUST-몽골 유·무선통신사 모비콤) △방송장비(제노-몽골민간방송사 UBS) 등 3개 분야에 걸쳐 국내 기관 및 기업과 몽골 방송 관련 기업들과의 포괄적인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가 교환돼, 내년부터 휴대용방송장비 등의 방송장비 수출이 국내 처음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이번 행사는 지난달 20일 한국계 몽골법인인 유비디엠비(UB DMB·대표 문효선)이 몽골 T-DMB 사업권을 사상 처음으로 획득한 이후 현지 방송 장비시장 선점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 성격으로 열린 것이다.
유비디엠비의 사업권 획득을 지난 2년여간 대내외적으로 지원, 산파 역할을 담당한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이재명 회장은 “유선 인프라가 취약한 몽골 시장은 무선 방송 분야에서는 신천지”라며 “중국이나 일본 등 인접 국가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앞선 상용화로 검증된 우리 방송 장비 기술과 인력, 방송 콘텐츠 등을 통한 ‘한류 바람’으로 차별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이번 행사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DMB와 IPTV, 방송장비가 시연됐다. 전자부품연구원은 T-DMB를 이용한 현지방송 재전송과 전시장 내 현장 라이브 방송, DMB2.0 데이터 서비스 등 다양한 DMB 방송을 선보였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VoD서비스와 인터넷 검색, 드라마를 보면서 상품 정보를 확인하는 IPTV 기술을 소개했다. 또, 국산 방송장비 업체들은 방송 제작과 편집, 송신장비를 전시해 현지 방송계 관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문효선 유비디엠비 사장은 “몽골에는 12개의 지상파 채널이 있으며 케이블TV 방송도 수십개에 달하지만 대부분 방송 장비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에서 구매, 직접 조리해 사용하고 있으며 장비가 고장나도 AS를 받지 못할 정도로 취약한 상태”라며 “내년 7월께 시작되는 T-DMB 서비스는 국산 장비를 중심으로 시스템을 구축, 선진 방송 서비스를 통한 롤모델로 자리매김해 국산 방송 장비의 수출길을 열겠다”고 말했다.
이날 로드쇼에 참석한 볼드바아탈 몽골 통신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시연회를 통해 내년 몽골 T-DMB 서비스의 성공 가능성이 검증되는 것 같아 기쁘다”며 “몽골은 2012년께 디지털방송 전화를 앞두고 있어 이를 대비한 양국 간 방송장비 기술과 전문인력, 운용 노하우의 활발한 교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
◆인터뷰-전상헌 지식경제부 정보통신사업정책관
“몽골에 방송장비를 포함한 하드웨어적인 인프라, 검증된 서비스, 인력, 방송법 체계 등 T-DMB 관련 종합 솔루션을 지원하는 계기가 마련됐다.”
이번 몽골 방송장비 로드쇼를 주관한 지식경제부의 전상헌 정보통신사업정책관은 몽골 정부의 적극적인 한국 기술 도입 요청에 한껏 고무됐다.
전 정책관은 “그동안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 각국 정부와 많은 교류를 통해 국산 지상파 DMB 진출을 추진했지만 아직까지 만족한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며 “민간 기업 중심으로한 이번 몽골 현지 T-DMB 사업 획득은 국내 기술을 기반으로 한 첫 해외 시장 진출 사례로 앞으로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수출길을 여는 교두보로 삼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유비디엠비가 사업권을 획득한지 일주일만에 현지에서 방송 기술과 장비를 중심으로 한 로드쇼를 개최한 것도 정부가 본격적으로 지원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정책관은 “몽골은 인구가 300만명에 불과하지만 내몽골 등 같은 문화권에 속하는 인접 지역을 합치면 그 대상은 2000만명을 넘어서며 특히, 대표적인 ‘노마드’의 특성상 새로운 정보에 대한 욕구가 워낙 강해 유료 방송 시청에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며 이 같은 특징을 최대한 반영한 현지화 전략을 통해 민·관 합동으로 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는 구체적인 방안도 내놨다.
그는 또한, “방송 기술과 서비스의 해외 진출은 이제부터 시작이며 중앙아시아 국가에서 2, 3차례 성공하면 중동과 중남미 등 기간통신 인프라가 취약한 지역까지 진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하고 “앞으로 정부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명확한 수요를 파악해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활용한 지원은 물론 국제 인력 교류를 비롯해 정보통신진흥기금을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할 것”고 덧붙였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