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은 제2의 벤처기업 전성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벤처 2기 시대 개막을 선언한 이 대통령의 발언을 업계는 크게 반겼다. 실패의 대명사처럼 지칭돼온 ‘벤처’라는 이름을 대통령이 직접 거론했다는 것, 그리고 MB정부의 국정 핵심과제로 벤처를 지목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2일께 발표 예정인 정부의 벤처정책 밑그림을 기대하며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준비한다.
전성시대를 열겠다는 것은 다름아닌 벤처기업의 현실이 그만큼 녹록하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런 현실은 1일 나온 벤처기업협회의 경기실사지수(BSI)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국내 벤처기업의 11월 BSI는 전월 대비 12포인트 하락한 96을 기록했다. 기준치가 100이니 벤처기업의 경기지수는 수면 밑이다. 경기가 호황국면이라고 하지만 벤처기업은 오히려 8개월 만에 BSI가 90대 밑으로 내려갔다. 내수 침체가 이어지면서 부정적 요인이 그만큼 많음을 의미한다. 벤처기업 인증 수도 증가세가 주춤했다. 10월, 11월 기술보증기금을 통한 벤처 인증이 줄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보증기금이 줄자 덩달아 벤처 인증도 줄어들었다. 창업을 모토로 내건 현 정부로서는 아찔한 수치들이다.
정부는 이르면 오늘 벤처활성화 대책을 내놓는다. 중요한 것은 벤처가 성장할 수 있는 토양 마련이다. 정부는 정책을 통해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녹색성장이라는 새로운 시장도 중요하지만, 현재 고용을 창출하고 수출에 이바지하는 기존 기업들에 시장을 유지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 정책은 훌륭한 자양분이 된다.
정부는 지나치게 창업확산과 고용창출이라는 단어에 집착해서 안 된다. 특히 녹색성장만을 고집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기존 기업이 망하지 않는 것도 고용창출의 지름길이다. 이들이 성장하는 것도 창업확산 못지않게 중요하다. 창업과 성장, 재기의 벤처 생태계를 골고루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