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윤정의 성공파도] (217)어른놀이-회식](https://img.etnews.com/photonews/0912/091203101029_2103496238_b.jpg)
꽃이 필 줄 알았는데 곰팡이가 피었다. 팀 회식이 단합을 도모하는 게 아니라 담합해 농땡이 부리는 행사로 전락했다.
다음날 숙취로 일도 제대로 못하고, 해장한답시고 자리마저 비우며 윗분들도 공공연히 사우나에 간다. 여지없이 서로 눈감아주는 합법적 자유시간이다. 원치 않는 2차, 3차와 끝을 보는 회식 문화가 건강만 해치는 게 아니라 회사 문화도 해친다. 항상 똑같은 진행방식으로 폭탄주를 강요하고 폭언을 서슴지 않으며 흥청망청 마시다가 새벽 귀가로 귀결된 나머지, 마침내는 부부 싸움까지 초래한다.
회식은 서로의 애환을 나누고 서로를 좀 더 깊이있게 이해하며 친밀감과 유대감을 돈독히 하자고 하는 것이다. 회식은 각자의 노고를 축하하고 더 나은 팀워크를 발휘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맨정신으로 유대감을 만들기가 어렵고 맨정신으로 속 얘기를 나누기가 어렵다면 그것은 정신적 자폐다. 필름이 끊기고 같이 망가져야 생기는 친밀감은 친밀감이 아니라 공범자의 위안 심리다.
맛집을 찾아다니는 미식형 회식, 영화공연을 함께 즐기는 문화형 회식, 운동을 함께 하는 스포츠형 회식,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대화형 회식 등 다양한 형태의 회식이 있다. 술을 마셔도 릴레이로 감사할 사람에게 잔을 주기, 추첨으로 파트너 정해서 서로 못다한 이야기 하기, 각자 이미지 보고 별명 만들어주기, 직원들끼리 돌아가며 사회 보기 등 구성원의 정서와 취미를 반영해 모두가 동참할 수 있는 회식을 만들 수 있다. 공짜밥 먹는다는 이유로 징집병처럼 앉아있지 말고 서로를 알아가기 위한 시간으로 가꾸어 가는 자원병이 되자. 그래야 나도, 너도, 회사도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