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길수의 IT인사이드>(9)아이폰과 앱스토어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

아이폰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이 가히 폭발적이다. 출시 전부터 숱한 화제를 몰고 다니면서 아이폰에 대한 잠재 수요가 어느 정도 파악됐으나 솔직히 이 정도일줄은 몰랐다. 아이폰의 예상 밖 선전에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과 통신사업자들은 아연 긴장하는 모습이다. 휴대폰업체들이 아이폰에 대항할 스마트폰 신규 모델을 잇따라 내놓고 있으며, 통신사업자들은 데이터요금제를 개선해 스마트폰의 보급을 견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업체들의 `애플 따라하기`도 한창이다. 휴대폰 제조사들과 통신사업자들이 앞다퉈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을 수 있는 오픈마켓을 속속 열고 있으며,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과의 소통도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아이폰의 국내 출시가 스마트폰 시대의 본격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애플이 꼭 모범답안은 아니다. 애플의 아이폰과 앱스토어에도 약점은 있다. 미국의 인터넷 매체인 eWeek가 최근 보도한 애플 아이폰과 앱스토어의 문제점은 주로 미국 얘기지만 국내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아이폰과 앱스토어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아야만 경쟁업체들의 대응전략도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eWeek가 지적한 아이폰과 앱스토어의 문제점을 정리해 봤다.

#부족한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아이폰은 기업보다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적합한 디바이스다. 따라서 기업들의 욕구를 총족하는데 미흡하다. 오히려 기업 시장에선 그동안 블랙베리가 더 경쟁력이 있었다. 아이폰용 앱스토어에도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이 있기는 하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최근 애플이 비즈니스 사용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기대에는 크게 미치지 못한다. 아이폰에서 테더링이 좀더 단순해지고 복수의 통신사업자들에게 아이폰이 허용된다면 비즈니스 시장은 지금 보다 훨씬 환경이 좋아질 것이다.

#개발자들에게 비우호적인 승인정책

개발자들에게 애플의 앱스토어 승인 절차는 매우 비밀스럽다. 승인에 관한 정보도 매우 부족하다. 더욱 나쁜 것은 승인정책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별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간혹 애플의 실수로 승인을 거절한 후 나중에 리뷰하는 과정에서 앱스토어 등록이 가능해지는 경우도 있다. 특별한 이유없이 유용한 애플리케이션의 앱스토어 등록이 거절되기도 한다. 애플은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는 데 인색하다.

당연히 개발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개발자들이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갈 것이다. 개발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는 게 운영체제를 제공하는 기업에게는 반드시 필요하다. 승인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승인 관련 정책 또는 정보를 보다 많이 공개해야 한다.

#질보다는 양

사실 앱스토어에 우수한 애플리케이션은 그렇게 많지 않다. 물론 좋은 애플리케이션이 다수 있기는 하지만 유용하지않은 애플리케이션들이 훨씬 더 많다. 애플이 앱스토어에 올라간 애플리케이션의 숫자를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게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사용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애플리케이션의 양이 아니라 질이다. 앱스토어의 또 다른 문제점 중 하나는 애플리케이션을 찾는 게 매우 비효율적이란 점이다. 불행하게도 사용자들은 그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찾기까지 원치않는 애플리케이션을 너무 많이 봐야 한다. 유용한 애플리케이션을 찾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낭비되고 있다.

#복수 통신사업자 허용

현재 아이폰을 공급하는 사업자는 미국에서 AT&T뿐이다. 복수의 통신 사업자에게 아이폰을 공급하는 방안을 고려해야할 시점이다. 복수의 통신사업자를 통해 아이폰을 공급하면 사업자간 경쟁을 유도할수 있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때로는 앱스토어 애플리케이션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AT&T가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애플이 앱스토어에 ‘구글 보이스’ 애플리케이션의 진입을 거절했을 때 논란이 일기도 했다. AT&T는 3G네트워크에서 VOIP 애플리케이션을 허용하지말 것을 애플에 요청하기도 했다. AT&T의 앱스토어에 대한 영향력은 제거되어야 한다.

#배터리 교환과 저장장치 문제

아이폰 사용자들의 가장 큰 불만중 하나는 배터리 교환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용자들은 하나의 배터리를 재충전해서 사용해야 한다. 직무상 장시간 통화를 해야 하는 기업 고객 입장에선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아이폰 차기 모델은 배터리 문제를 만드시 해결해야야할 과제를 안고 있다.

분리가능한 저장장치도 아이폰의 중요한 이슈 중 하나다. 아이폰에 저장된 파일이나 폴더를 외부 장치로 옮길수 있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을 것이다. 블랙베리의 경우 콘텐츠를 따로 저장할 수 있는 저장장치 슬롯을 제공하고 있다. 사용자들은 콘텐츠를 컴퓨터나 HDTV 등으로 가져갈 수 있다. 이는 다른 스마트폰들이 흔히 제공하는 옵션 중 하나다.

#취약한 멀티태스킹

멀티태스킹도 아이폰 사용자들의 불만요소다. 팜의 스마트폰인 ‘프리’나 모토로라의 안드로이드폰인 ‘드로이드’ 보다 아이폰의 멀티태스킹 능력이 취약하다. 프리나 드로이드와 달리 아이폰 사용자들은 현재 한번에 하나의 애플리케이션만 사용할 수 있다. 아이폰 차기 모델에는 기능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한다.

#폐쇄형 개발 환경

안드로이드는 오픈 플랫폼이란 점에서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오픈 플랫폼은 벤더들이 자신의 휴대폰에 적합한 소프트웨어를 탑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아이폰 같은 폐쇄형 플랫폼보다는 안드로이드 같은 개방형 플랫폼이 개발자들에게 유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빠르다. 프로그램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개발자 풀(pool)이 풍부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진정한 경쟁의 부재

아이폰은 진정한 경쟁자를 아직 갖고 있지 않다. 물론 `드로이드`나 `블랙배리 스톰2`와 같은 경쟁력 있는 제품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터치 기반의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이폰이 현재 최강자다.

애플리케이션 오픈 마켓도 사정이 비슷하다. `안드로이드 마켓`이나 `블랙베리 앱월드` 같은 애플리케이션 오픈 마켓은 아직 애플 앱스토어의 적수가 아니다. 마켓플레이스에 진정한 경쟁자가 있어야만 애플의 앱스토어 정책도 개선될 수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