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딸과 요가를 하고 아빠는 아들과 자전거를 탄다. 동료와는 족구를 하고 거래처와는 골프를, 이웃과는 테니스를 치고 옛친구와는 등산을 한다. 음악감상, 독서, 바둑처럼 혼자 하는 취미생활도 있지만 누군가와 함께일 때 더 좋은 운동도 취미생활로 권장할 만하다. 특히 남성들이 스포츠에 갖는 집착은 가히 경이롭다. 스포츠를 보느라 새벽 3시에 소파에 귀신처럼 앉아 눈을 비비는 남편을 볼 때 그렇다. 뉴스는 못 봐도 스포츠 뉴스는 챙겨보고 신문을 봐도 스포츠 면부터 펼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여자들이 드라마에 열광하는 만큼 남자들은 스포츠에 열광한다. 누가 이겼고 몇 대 몇으로 이겼고 언제 점수 차가 났는지 꼼꼼히 확인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너무 승패에 연연하다 보니 또 다른 스트레스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승리에 집착한 나머지 즐기지 못하고 점수에 연연해 운동 그 자체에 몰입하지 못한다. 이기면 행복하고 스트레스가 풀리지만 지고 나면 우울해지는 외부 의존적인 행복감은 진정한 행복감이 아니다. 공이 잘 맞는 날은 날아갈 것 같지만 공이 안 맞는 날은 일주일 내내 징크스에 시달린다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공의 움직임에 흥미를 느껴야 하는데 승패를 가르는 점수와 보여지는 모습에 신경 쓴다면 그것은 또 다른 방법으로 나를 옥죌 뿐이다. 자유로움을 제약받는 직장을 빠져나와 스포츠를 하는데 이 또한 자유롭지 못하다면 너무 슬프지 않은가.
고양이가 파리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아이가 놀이에 빠져들듯이 순수한 욕구로 몰입하자. 이기고 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스포츠 자체에 몰입해 땀에 흠뻑 젖는 성취감이 진정 즐거움이다. 스코어에 신경쓰고 게임비에 연연하는 취미생활은 취미를 누리는 것이 아니라 시험에 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