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2010년 인사관전법

[데스크라인] 2010년 인사관전법

 올해 달력이 달랑 한 장 남았다. 이맘때 빼놓을 수 없는 기업의 연례 행사가 바로 승진과 보직 인사다. 당장 다음 주 초부터 삼성·LG·SK 등 간판 전자·통신업체의 정기 인사가 줄줄이 있을 예정이다. 인사는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고 이듬해를 준비하는 가장 중요한 경영 행위다. 이 때문에 인사를 한 꺼풀 들춰 보면 해당 기업의 현재와 미래를 눈치챌 수 있다. 대부분 조직 개편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경영 목표와 방향까지도 가늠할 수 있다. 세세한 전략과 실행 계획까지는 힘들겠지만 경영자가 생각하는 큰 그림 정도는 짐작할 수 있다.

 올해는 미국발 금융 위기로 산업계는 환란(IMF) 위기 이후 최대 어려움을 겪었다. 한마디로 비상 시국이었다. 다행히 내년은 성장 기조가 확실시된다. 기업도 생존에서 성장 모드에 맞춰 개략적인 경영 전략을 수립한 상태다. 성장 위주 경영 전략은 이번 인사에도 예외일 수 없다.

 인사관전법 제1장은 인사 규모다. 인사는 경영자 측에서 안팎에 던지는 메시지와 같다. 인사 규모가 대폭이라면 회사가 변해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뜻한다. 그만큼 기업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얘기다. 지난해 말, 올해 초 대부분의 기업에서 중폭 이상의 인사가 이뤄진 데도 이 맥락과 맞닿아 있다. 그러나 올해는 생존보다는 성장에 기조가 맞춰진 이상, 인사 규모가 중폭 이하일 가능성이 높다. 그 대신에 승진자는 많아질 전망이다. 최악의 경영 환경 속에서도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두며 승승장구했기 때문이다.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따를 수밖에 없다.

 관전법 2장은 임원 승진 연령대다. 나이가 낮아질수록 조직은 젊어진다. 젊음은 곧 활력을 뜻한다. 기존 체제를 흔든다는 부작용이 있지만 그만큼 조직은 생기가 돌고 역동적으로 바뀐다. 주요 기업은 창업주에서 2세, 3세로 오너 경영주의 세대교체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젊은 사람이 조직 리더로 떠오르면 관리층도 젊어질 것으로 보인다.

 제3장은 사업부별 승진자 비중이다. 몇 년 전만 해도 만고불변의 인사 원칙은 ‘연공서열’이었다. 기업에 입사한 순서대로 승진하고 봉급도 많이 받는 게 상식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철저한 ‘성과주의’다. 기여도를 기준으로 승진과 연봉을 결정한다. 잘나가는 사업부에 승진자가 많을 수밖에 없다. 기업이 기대를 거는 성장 사업부라는 얘기다. 더불어 큰 성과를 내진 않았지만 인사 이동이 크다는 것은 미래를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발탁 인사’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발탁 인사는 승진 연한에 관계없이 공헌도와 능력·자격·경력·업적에 따라 소수 몇 명을 파격적으로 승진시키는 제도다. 발탁 인사 면면을 보면 해당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을 그려 볼 수 있다. 인사를 보는 여러 가지 시각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인사의 대원칙은 ‘순리’다. 누구나 인정하는 기준에 따라 모두가 합당하다는 사람이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게 인사의 거스를 수 없는 진리다. 오죽하면 맹자는 인사의 가장 중요한 원칙을 모든 사람의 ‘동의’에 두었겠는가. 인사 후에 숱한 해석이 난무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순리와 동의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순리를 거스른 인사는 반드시 언젠가는 조직이 떠안아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인사에서 순리를 찾았는지를 따지는 게 바로 최고의 인사관전법이다.

  강병준 생활가전팀장 bjkang@etnews.co.kr